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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Jun 13. 2022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뒤늦은 부모로부터의 독립투쟁은 굉장히 힘들고 아프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내 부모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아프다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해 벌인 일이고 그렇기에 이 아픔과 슬픔을 견뎌야 하는 것도 나의 몫이기에 나는 꾸역꾸역 이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툭하면 눈물이 터져 나오고 억지로 참는 눈물에 턱이 아프다. 퉁퉁 부어 개구리 왕눈이가 되어버리는 눈은 또 어떻고. 감정이 고장 난 건지 눈물샘이 고장 난 건지 그냥 툭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이 사태에서 가장 열심히 돕고 있는 사람은 내 동생이다

지금 한국 내의 이 가족의 붕괴 앞에서 가장 힘쓰고 있다. 해외에 살고 있어 오히려 직접 관여를 하지 않고 있기에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내 얘기를 들으면 내가 안타깝고 부모님 얘기를 들으면 부모님이 안타깝다고 했다. 도무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아프고 힘들어하고 있으니 너무 속이 상한다고 했다. 내 얘기도 맞고 부모님의 얘기도 맞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 얘기도 맞고 부모님 얘기도 맞다. 우린 틀리지 않았다. 그저 다를 뿐.

나는 그 다름을 인정받기 위해, 나라는 존재의 독립을 위해 뒤늦은 독립투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모두가 아플 뿐이다.


동생에 내게 말했다.

'언니가 하는 말도 맞고 부모님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금도 언니는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이 아픈 것에 속상하고 힘든데 혹시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겠어?'


나이 차이가 7살이 나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 방을 크게 훅 들어온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물었다.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시간을 잘 견디고 극복해서 미래에 우리 가족이 다시 행복할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부모님이 정말 평생 더 이상 나를 절대 보지 않겠다고 한다면? 혹은 아프거나 문제가 생겨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겨버린다면? 그 상황에서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평생 후회 속에서 살면 어쩌지, 평생 아프고 죄송스러우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두려워졌고 또다시 눈물이 났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미래

나 때문에 부모님이 혹시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 어쩌나, 그들의 일상을 내가 다 부숴버리면 어쩌나, 그들이 생각보다 조금은 약해서 너무 많이 무너져 내리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차라리 나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그 힘으로 강하게 살아가 주면 내가 살면서 갚을 텐데 혹시 그런 시간조차 안주는 상황이 될까 그런 것이 두렵다. 하지만 그렇지 않겠지. 사람은 생각보다 강하고 사람은 생각보다 잘 견디고 버티니까, 그리고 내가 아는 다른 소중한 사람들이 나의 부모님을 지켜줄 거라고 믿으니까.

이 힘든 시간을 나의 부모님도 잘 견뎌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또한 다 지나갈 시간이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무뎌지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우리가 덜 아픈 마음으로 서로를 다시 바라보고 가족으로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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