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없이 게으르다.
게으르다는 표현을 30대 이후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된 걸까
거의 최근 한 달 반 이상을 아주 게으른 느낌을 살고 있다.
시간이 아까워 늘 새벽 기상에 하루를 꽉꽉 채워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잠이 참 늘었다
9시면 졸리고 5시 새벽 알람에 눈을 떴다가 도로 감기가 부지기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지하철 이동 중에도 책을 보는 시간보다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자리에 앉아서 조는 일이 더 많다.
최근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나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혼을 하지 않는 나에게 부모님은 반대의 표시를 완강하게 해 왔고, 나는 나의 결혼은 내가 선택해야 했기에 평생 해본 적 없는 반항이라는 것을 했다.
내가 내 선택을 하는 것이 왜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이 되는 건지는 반항이라는 표현이 맞는지조차 의문이긴 하다.
참 많이 울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속상하고 아프고,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고, 내 결혼을 지키고, 내 미래를 지키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나의 에너지를 다 쏟아내서일까?
하루하루를 아까워하며 열심히 살던 나의 삶이 사라졌다.
새벽 운동, 책 읽기, 배움 있는 영상 보기, 하루를 살면서 주변에 감사하기, 무엇이든 열심히 하기, 새로운 것 도전하기, 좋은 사람들 만나기
이런 것들은 늘 내 삶에 있던 것들이었는데 의미를 잃어버린 건지, 열정을 잃어버린 건지, 그럴 힘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내가 봐도 참 게으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마음이 먹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냥 조금 더 자고 싶고 조금 더 웅크리고 있고 싶다.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들 만나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생각하는 것도 다 멈춰진 것 같다.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것 같아 하고 싶지 않다.
약간의 걱정, 약간의 답답함, 약간의 속상함이 있지만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는 열심히 사는 나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하루하루를 꽉 차게 살던 내가 어디 가겠는가, 그 아이는 내 안에 있다. 잠시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겠다.
힘들고 아팠던 나에게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주자. 충분히 회복되면 나는 또 열심히 달려 나가겠지.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