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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un 01. 2024

힘들 땐 기분 좋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요 며칠 힘들었다. 왜 힘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변화하길 기대했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우리 반 아이들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랐던 것 같다. 그 바람이 기대로 이어졌고 그 기대로 인해 기운이 빠졌다.


5월이 지나고 날이 더워지면 아이들이 새 학년에 적응할 것 다해서 그 아이들의 본성이 드러난다. 3, 4월 살짝 움츠렸던 자신들의 모습을 이제는 기세 당당하게 펼친다. 어쩌면 생활지도는 이제부터 본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활지도를 흐린 눈 하고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그렇게 될 경우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어느 순간 상식적인 행동들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상식이 깨지는 순간 교실 붕괴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경계를 세워주는 게 중요하고 그것을 겨울 방학식 하는 날까지 지켜야 교실이 어느 정도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로울 수 있다. 단 예외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 학생이 있으면, 거기에 힘든 학부모까지 있다면 평화로운 학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인정했다. '나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내가 또 나를 과대평가했다. 힘든 학년이라고 모두들 말했건만...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질서를 존중하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학생들을 조금 더 지지해 주는 방향으로 내 마음을 다잡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탁구를 가며 하늘을 쳐다봤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이 오늘도 참 예뻤다. 그 순간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향기가 코를 스쳐 지나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바람과 햇살이 생각났다.





핸드폰을 들어 하늘 사진을 찍으며 다시 기운을 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이어리를 살펴보다가 예전 가르친 아이가 준 네잎클로버를 봤다. 내게 행운을 준 그 아이를 떠올려본다. 나를 좀 더 나은 교사로 거듭나게 해 준 아이들이 생각났다.


힘이 들 땐 기분 좋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다. 내가 가진 기쁨들을 하나씩 발견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기쁨을 기록으로 남긴다. 



[2020년 가르쳤던 아이가 2021년 스승의 날에 준 네잎클로버, 다이어리 속지에 붙여서 다닌다. 매년 떼었다 붙인다. 마음이 통했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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