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호의를 베푼 경우에는 보답을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보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그 사람에게 해준 일을 기억해 두고, 그 사람을 자신의 채무자로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은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포도나무가 일단 자신의 열매들을 잘 키워낸 후에는 거기에 대한 그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 것과 같고, 자신이 주파해야 할 경주로를 다 달린 경주마와 같으며, 사냥감을 끝까지 추적해서 잡은 사냥개와 같고, 부지런히 꿀을 모아서 벌집을 다 만든 꿀벌과 같다. 포도나무가 때가 되면 또다시 새롭게 포도송이들을 맺듯이, 그런 사람들도 한 가지 선행을 마친 후에는 말없이 또 다른 선행에 착수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일을 할 때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내가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었나 보다. 누가 알아봐 주길 바라며 한 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스럽게 한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무례함과 마주했을 때, 나 스스로 내 일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하여 나 스스로 잘하고 있으니 다들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나의 일이고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그의 일이라는 것을 내가 잊었다.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니까.
내가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는 일은 나의 일이다. 그것을 정성스럽게 하면 그뿐인 것이다. 한 해가 지나면 또 다른 학생들을 만나서 바르게 가르치면 된다. 여기에 보람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의 감정이다. 이것이 항상 따라온다는 기본값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네게 잘못을 했다고 하자. 그것은 너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오직 그 사람의 몫일뿐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것이 있고, 그는 거기에 따라 그 일을 한 것이다. 나는 우주의 본성이 내게 주고자 한 것들을 갖고 있고, 나의 본성이 내게 하기를 원하는 것들을 행하고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나는 나의 본성을 따라 사는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본성을 따라 사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오렌지 즙을 짜면 오렌지가 나온다. 내가 본성을 따라 살 수 있도록 애쓰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해야지 나를 만나는 사람들 반응을 하나하나 신경 쓰면 안 된다. 그는 그의 본성대로 하느라 그런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그 이상을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자연과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삶
자연과 본성을 따라 살아가는 삶은 스토아 철학의 이상으로서 [명상록]에 저류하는 기본적인 주제로서, 우주의 본성과 그 일부인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이성에 부합한 삶을 가리킨다. -[명상록],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