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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Apr 26. 2024

그냥 공허한 날

일상

(의식의 흐름대로 썼기 때문에 횡설수설 주의)


그냥 공허한 날이 있습니다.

이 '그냥'이라는 말을 깊이 파고들면 그냥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입에서 나오는 대로 적어봅니다. 그냥, 걍 공허합니다.


나는 언제 텅 빈 듯한 기분을 느낄까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의욕이 없을 때.

커피를 마셔도 의욕이 샘솟지 않을 때.

일을 납품해도 아주 행복하지는 않을 때.

억지로 몸을 움직여 겨우 집 청소를 할 때.

술이나 들입다 마시고 담배 뻑뻑 피우고 싶을 때(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상상).

배도 안 고픈데 뭔가 계속 먹고 싶을 때.

친구를 불러내서 술 마시고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싶을 때.


하지만 여러 번의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어요.

이럴 때는 아무리 많이 배를 채우고

술을 퍼마시고

사람을 만나 채우려고 해도

텅 빈 마음은 꽉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요.


그래서 그냥, 걍 이곳에 일기를 씁니다.


일이 미친 듯이 몰려서 생각할 틈이 없으면 공허할 틈도 없겠죠. 지금은 일이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과연 일이 미친 듯이 몰려서 생각할 틈이 없는 상황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상황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물론 저의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꿈꾸고 행동하게 해주는 소중한 보물이 '번역'이기 때문에 미친 듯이 바쁜 상황도 항상 필요합니다).


잠깐.

진짜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 엉켜 있던 생각 뭉치들이 풀리고 정리가 좀 되었나 봅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왜 공허한지 이유를 알았습니다.

또 웃긴 게 왜 공허한지 이유를 안 것만으로도 소화제를 마신 것처럼 후련하고 응어리가 조금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예전에 우울증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든지 원인을 못 찾아서 괴로워하다가 병명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요.


우울증에 한정 지어 말하긴 했지만,

모든 감정에 관하여


원인을 알면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겨서일까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일까

어쨌든 사람은 원인을 알면 그것만으로 마음에 안정이 조금이나마 찾아들곤 합니다.


이 글을 쓴 수확이 그래도 있네요.

수확은 바라지 않았는데... 글을 자주 쓰기로 결심했으니 포스팅 하나 더 썼다고 생각하자는 정도였는데... 제가 왜 공허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공허해진 이유는 밝히기 부끄럽고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제 비공개 일기장에 써야겠습니다.

마음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래는 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을 들으며 썼습니다. 멜로디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서(가사는 영어를 듣자마자 아는 건 아니라서 모르지만...) 글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알게 된 물고기인 '베타'의 사진을 올리고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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