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기획자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기획자는 어디까지 예측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가을이 다가올 때 특히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가을은 변화의 계절이기도 하고, 예측이 빗나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가을, 나는 키워드 광고 입찰 서비스를 운영하며 11월의 트래픽 급증을 대비하고 있었다. 예측 가능한 키워드들은 누구나 떠올릴 만한 것들이었다. “수능, 성형, 재수학원, 빼빼로데이, 블랙프라이데이.” 나는 이들 키워드로 인해 몰려들 트래픽을 대비해 서버를 강화했고, 완벽히 준비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11월 1일 아침, 서버는 예상치 못한 키워드로 인해 마비되었다. 그 키워드는 전혀 엉뚱한 "절임배추"였다. 수능도, 빼빼로데이도 아닌 김장철의 절임배추. 사람들은 수능보다도 김장을 준비하는 데 더 진지했다. 김장이라는 전통은 그 해에도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절임배추
절임배추 키워드는 내 예측의 빈틈을 정확히 찔렀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절임배추를 검색하며 트래픽이 급증하는데, 나는 이 중요한 트렌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김장을 담갔기에, 절임배추에 대한 수요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8월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해남고구마"라는 키워드였다. 8월이 해남고구마 수확철이라서 농부들이 수확한 고구마를 판매하려고 경쟁하면서 광고 트래픽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8월은 여름휴가의 계절이 아니라 고구마의 계절이라는 것을.
고구마
이 이야기는 단순히 농산물 키워드를 예측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획자는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즉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 때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요소들이 진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트렌드만 좇다 보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보이지 않는 흐름을 먼저 읽어내는 사람만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에게 종종 묻는다. "이번 가을, 당신은 배추와 고구마를 놓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