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자격증은 열쇠일 뿐, 문을 여는 건 나 자신
‘자격증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겠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한 장의 증서가 내 삶을 바꿔줄 거라고, 새로운 기회를 줄 거라고, 안정된 커리어로 연결해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자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그건 문을 여는 ‘열쇠’였을 뿐, 그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내 몫이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면허가 발급되고, 내 이름 석 자 아래에 ‘사회복지사’라는 칭호가 따라붙었지만, 그 이후에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터는 여전히 바빴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섬세했고,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어떤 날은 “정말 내가 전문가가 맞는 걸까?” 하고 되묻기도 했다. ‘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현장의 복잡성과 사람의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매일 배워야 했다.
자격증은 일종의 공식적인 입장권이다. 그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는 영역,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점에서 자격증은 확실히 필요하고, 의미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사회복지사’, ‘신뢰받는 실무자’, ‘존경받는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자격을 어떻게 쓰느냐, 어떤 태도로 감당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는 현장에서 자격증만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숱하게 경험했다. 상담 중 말을 잇지 못하는 클라이언트의 침묵, 학대받은 아동의 몸짓, 우울증을 숨긴 채 웃음을 짓던 노인의 표정. 그 순간에 필요한 건 법조문이나 이론이 아니라, 한 사람을 사람으로 마주하는 용기와 섬세함이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일본인 선배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검소하고 조용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자격증은 사무실 서랍 한 구석에 놓여 있을 뿐, 그 자격을 내세우며 권위를 드러내는 일은 드물었다. 그 대신, 그들은 평소의 말투, 태도, 동료를 대하는 방식,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눈빛에서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사회복지사구나’ 하는 신뢰를 느끼게 했다.
나는 점점 깨닫게 되었다. 진짜 자격은 종이에 찍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태도에 새겨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자격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일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격이 나를 대단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자격증은 내가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이지, 내가 이 일을 ‘잘하게’ 해주는 본질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자문한다.
“나는 지금, 이 자격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는가?”
“이 자격을 나만의 방식으로 쓰고 있는가?”
그 물음이 나를 하루하루 갱신하게 만든다.
사회복지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직도 자격증을 ‘결승선’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일단 자격증부터 따고 생각하자”
“자격증만 따면 미래가 달라질 거야”
물론 자격 취득은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자격을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나는 자격증을 얻기 전의 내가 오히려 더 진지하게 사람을 대하고, 더 배우고자 애쓰며, 더 겸손하게 일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자격증을 얻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자격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 사회가 자격증을 너무 과도하게 신뢰하거나, 반대로 자격증이 없다고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문화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격증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격증은 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건 오직 내가 만들어가야 할 몫이다.
나는 자격증을 얻은 뒤에도, 여전히 책을 읽고, 현장에서 메모하고, 동료의 조언을 구한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마음이 때로는 나를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그 부족함이 더 나아지려는 동기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자격증을 한 장의 종이로만 보지 않는다. 그건 문을 여는 열쇠이자, 그 문 안으로 들어가 매일을 살아갈 ‘책임’의 상징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면, 혹은 다른 어떤 자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자격증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입니다. 문은 열릴 수 있지만, 그 문 안에서 무엇을 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입니다. 자격증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갈 수는 있지만, 그 세상 안에서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건 자격증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 ‘이상’을 채워주는 것은 지속적인 경험, 겸손한 배움,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자격증을 따기 전의 당신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그 경험들이 자격증보다 먼저, 당신을 사회복지사로 만들어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