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존재

내가 누구인지 묻는 일

by Eunhye Grace Lee

저는 한때 ‘성공’이라는 말에 인생의 가치를 맞추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긋난 순간, 비로소 진짜 저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믿지만, 어느 날 아주 사소한 계기로 그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제게는 그것이 바로 실패였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던 삶 속에서, 예기치 않은 균열이 생기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늘 ‘옳은 길’을 걸어왔다고 믿었습니다. 좋은 학교, 안정적인 커리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 그 길의 끝에 진정 원하는 삶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것이 곧 ‘나 자신’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저는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을 잃어버렸음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린 그 순간, 저는 멈추었고, 무너졌고, 도망치듯 돌아서야 했습니다.


돌아보면, 삶은 어쩌면 그 무너짐을 받아들이는 데서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저 자신에게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을 비로소 묻게 되었을 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질문은 오래된 철학자들이 되뇌던 말이기도 했고, 지쳐 있던 제가 한밤중 책상 앞에서 조용히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전한 답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존재에 관한 질문은 불편함을 주지만 그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삶이 제 것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존재의 질문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불편함 속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존재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세상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에게 되묻는 일입니다. “지금의 나, 이 삶, 이 방향은 과연 진짜 나인가?” 많은 이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며 살아가지만,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불확실함을 마주할 용기보다, 정해진 길을 따르는 안온함을 선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질문은 언젠가 반드시,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무너진 꿈, 예기치 못한 떠남, 언어조차 통하지 않던 이국의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삶과 고요한 현장. 저는 그곳에서 다시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이의 곁에 서 있는 제 모습 속에서, 말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너는 누구인가?”
“지금의 너는 너의 삶을 살고 있는가?”

그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있을 때까지, 저는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려 합니다. 존재의 질문이 멈추지 않는 한, 저의 삶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02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