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언어의 장벽, 마음의 벽

다문화 사회 속의 복지 실천

by Eunhye Grace Lee

“선생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 일본에서 복지상담을 받으러 온 외국인 이용자가 한 말이다.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고개 끄덕임은 ‘이해했다’기보다 ‘그만하자’는 무언의 신호였다.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상담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언어의 벽이다. 그러나 그 벽은 단순히 말의 이해를 넘어선다. 그 벽 너머에는 문화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신뢰의 결핍이라는
더 높은 장벽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나는 종종 통역을 동반한 상담에 참여한다. 하지만 통역이 있다고 해서 모든 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역은 말은 전달해줄 수 있어도, 그 말 뒤에 숨은 정서, 뉘앙스, 사회적 맥락까지는 완전히 옮길 수 없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나 제도 관련 설명은 일본인에게도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그야말로 이해를 넘어서 ‘추측의 영역’에 가까워진다.


가령,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의 케어매니지먼트”라는 말을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단순히 번역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문화적 감수성과 구조적 이해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다.


언어의 장벽은 또 다른 벽을 만든다. 신뢰의 벽이다. 이용자에게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곧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감각은, 복지의 본질인 ‘존엄의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나는 예전 신입 사원시절에, 혼자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던 한 외국인 어머니와의 상담 중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장면을 기억한다.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도, 나를 신뢰하지 못한 것도 있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 스스로가 이 사회에서 ‘낯선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민자, 난민,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가정 등 이른바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자격 검증과 시선의 불안을 경험한다. 복지제도에 접근할 때조차도 ‘정말 당신이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노골적이지 않게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행정 전달자가 아니라 문화적 중개자이자, 정서적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장의 복지사는 대부분 언어 통역 능력이 제한적이고, 다문화 이해 교육 역시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다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조차 기계적 번역이나 형식적인 다언어 팸플릿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복지 실천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지만, 그 ‘이해’는 언어를 넘는 깊은 경청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 언어 너머의 망설임, 문화적 배경 속의 습관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어떤 문화에서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확장된 친척, 공동체 전체를 포함하는 반면, 어떤 문화에서는 핵가족 중심의 협소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단어 하나에 담긴 정의조차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해’는 말보다 맥락을 읽는 능력을 요구한다.


또한 복지 실천에서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부분은 ‘마음의 벽’이다. 외국인 당사자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말해도 소용없다”, “도움을 청할 수 없다”, “나 같은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는 경험을 축적해왔다. 그 결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도, 서비스를 설명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럴 때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단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닫힌 마음을 다시 열 수 있도록 ‘존중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 공간은 말이 많다고 생기지 않고, 조용한 태도와 일관된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기다림’에서 비롯된다.


나는 현장에서 많은 외국인 이용자들과 마주하며 다문화 사회에서의 복지 실천이 결코 감성적인 포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적절한 제도 설계, 전문 인력의 배치, 정확한 정보 제공, 문화적 해석 능력까지 복합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인프라의 마지막 접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 사회복지사다.


다문화 사회에서의 복지 실천은 다양한 언어를 아는 것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상상력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내가 가진 당연함을 끊임없이 의심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외국인을 대하는 복지 실천은 정치도 아니고, 감정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윤리적 태도의 문제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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