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누구나 혼자가 되는 날이 온다

by Eunhye Grace Lee

혼자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시간이 멈추는 일이다. 고독사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특히 도심 외곽, 낡은 아파트 단지, 소형 임대주택에서 혼자 늙어가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이른바 ‘외국인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불법체류자, 국적이나 출신이 불분명한 사람들, 그리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단절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 여름, 일본 외곽의 한 소도시에서 발생한 한 건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70대의 필리핀계 일본인 남성이었고, 혼자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불명확했고, 의료기록이나 보험은 오래전 중단된 상태였다. 이웃 주민이 며칠째 인기척이 없다는 신고를 했고,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 우리는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방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과, 사용되지 않은 건강진단 안내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는 사회 시스템 안에 있었지만, 동시에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이후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진 사례 검토 회의에서는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왜 이웃과 교류가 없었을까?”,
“지자체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나?”,
“언어 장벽 때문에 공적 서비스 안내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었나?”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사례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는 오랜 기간 일했고, 정직하게 살아왔지만 은퇴 후에는 자연스럽게 제도 밖으로 밀려났고,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가족이나 공동체도 없었다.


지역 내 복지 네트워크는 한정된 정보, 제한된 인력, 협소한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 특히 외국인 고령자에 대한 사례관리 경험이 부족한 곳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다.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자주 고민한다.
‘누구까지 지역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가?’
‘제도 밖의 사람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정치적, 재정적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보편적 복지의 이상은 모든 사람이 안전망 속에 있는 상태다. 그러나 현실은 선택과 우선순위, 예산과 자원의 배분 속에서 조정된다. 특히 외국인 고령자에 대한 지원은 일부 지역에서는 ‘부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일한 기간이 짧거나, 보험 이력이 부족한 경우 노후 지원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나는 이 점에 대해 무조건적인 ‘권리’나 ‘차별’이라는 말로 접근해서는 오히려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란 결국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정이 아닌, 사실과 통계, 지역 현실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고독사 앞에서는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그가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삶의 마지막을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는 사실은 복지의 기본적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나는 이 문제를 ‘외국인 복지’라는 이름으로만 다루고 싶지 않다. 이는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인 고독사, 지역 공동체의 해체, 비공식적 삶의 경로를 걷는 사람들에 대한 배제. 이것은 구조적 문제이자, 공통된 미래의 풍경이기도 하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는 다문화 커뮤니티와 함께 ‘고립사 예방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언어권별 자원봉사자와 지역 복지기관이 연계되어 단순한 안부 확인을 넘어, 지역 내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시도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시도는 단절된 사람을 다시 사회로 호출하는 방식 중 하나다.


나는 늘 마음속에 한 문장을 되새긴다.
“누구나 혼자가 되는 날이 온다.”

그러나 그날이 왔을 때, 누군가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그 삶은 고립이 아닌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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