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다문화 지역에서 산다는 것

by Eunhye Grace Lee

“이 동네, 요즘 일본 사람이 더 적은 거 같아.”
주민간담회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역 자치회 대표의 푸념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실제로 변화된 현실에 대한 당혹감이 담겨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포괄지원센터의 권역은 아니지만, 종종 외국인 통역지원의뢰가 들어오는 지역은, 90년대 후반부터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외국인 노동자가 집중 유입된 지역이다.
특히 브라질계 일본인, 필리핀, 베트남, 페루 출신 주민의 비율이 높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가정,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웃, 종교행사와 축제가 충돌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이러한 현장은 행정구역상의 ‘지역’은 같지만, 생활권이나 문화권은 분리된 이중구조를 보이곤 한다. 어떤 단지는 전적으로 외국인 세대로 채워져 있고, 일본인 주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치회 활동이나 지역행사에서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나는 어느 날 한 고령의 일본인 주민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정말 미안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사람하고는 같이 살기 힘들어요. 문 열고 인사해도 대답이 없고, 쓰레기 분리도 엉망이고, 밤에 시끄럽게 음악을 틀기도 하고…”

이 말은 편견이라기보다는 생활의 불편함에서 오는 솔직한 반응이었다.

문화적 차이는 쉽게 설명되지만, 생활의 마찰은 일상적인 피로로 남는다. 그리고 그 피로가 반복될수록, ‘이질성’은 ‘거부감’으로 변한다.


지역의 다문화 공존 정책은 대개 외국인 주민의 언어지원이나 취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일본인 주민의 불안’을 이해하고, 양쪽 모두의 감정을 조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나는 현장에서 자주 목격한다. 외국인 주민은 지역 행사에 초대받고도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간다. 반대로 일본인 주민은 “왜 저 사람들은 우리 행사에 관심이 없을까?”라며 서운함을 표현한다.


이는 단지 참여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감’의 문제다. 그 지역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정체성과 관계망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공존이란 결국 ‘같은 지역에 산다’는 조건을 넘어서 ‘서로를 지역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편, 제도적 장벽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의 주민자치회는 법적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주민의 참여가 선택 사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회비나 행사 참여 비용 문제로 인해 외국인 주민이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도 있다.


나는 그래서 최근 몇 년 간,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단지에서 별도의 ‘다언어 생활가이드’, ‘생활문화 교류회’ 등을 시도해왔다. 그 자리에서는 음식, 언어, 생활 매너 등을 주제로 쌍방향의 대화를 유도하고, 각자의 생활방식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주민이 “이해가 안 됐던 이웃의 행동이 이제는 좀 알 것 같다”고 말할 때, 그 대화는 의미를 가진다.


문화는 결국 사람이 겪고, 이해하며, 타협하는 것이다. 제도로는 시작할 수 있지만, 관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공존’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다문화 지역의 실천은 ‘통합’이 아니라 ‘조정’의 과정임을 실감한다. 모두가 완전히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불편함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


그 균형은 늘 불안정하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균형은 정답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정의 상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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