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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킥더드림 Sep 21. 2024

연모지정 7

한 달 후. 목포를 갔다 온 이후로 연지는 정호를 향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또 그가 효민에게 느낀 호감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면서도 신경 쓰이는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다. 머리가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다. 연지는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호는 미묘하게 달라진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고, 그럼에도 그녀를 향한 마음과 태도는 예전과 다름없다. 

연지와 정호는 프랑스 가정식을 파는 작은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 연지가 좋아해서 가끔 오는 곳이다. 조개크림 스튜, 오일 파스타, 연어 아보카도 샐러드를 주문했다. 커다란 볼에 다양한 조개가 산처럼 쌓여서 나오는 크림 스튜를 연지는 이 식당 메뉴 중 가장 좋아한다. 올때마다 이 메뉴만큼은 꼭 시킬 정도이다. 그런데 조개크림 스튜가 테이블 위에 놓일 때마다 그녀가 짓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오늘은 볼 수가 없다. 무거운 눈꺼풀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최근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도 상태가 몇 번씩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한다. 식사를 하는데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증상이 평소보다 심하고 속이 메스껍기까지 하다. 연지는 식사를 하는 중간에 화장실에 달려가 구토를 했다. 구토를 하고 나서 물로 입 안을 여러 번 헹구었고, 비누로 입 주위와 손을 씻었다. 한 두 번 씻는 것으로 미세한 토사물 찌꺼기가 쓸려 내려갈 것 같지 않아서 반복해서 씻고 또 씻었다. 그럼에도 심적으로 개운함이 들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정호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를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 시원한 공기를 쐬며 둘은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무겁다. 속은 괜찮아졌냐고 그가 물었고, 대답 대신 그녀는 헤어지자고 말했다. 말을 내뱉고 나니 그의 반응이 어떨지 그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는 이별 통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유도 묻지 않았고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지만 이별통보를 받는 순간 그는 고압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머리와 등줄기가 찌릿찌릿 했다. 연지와 정호는 그렇게 그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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