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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후 알게 된 것

난 이 일을 좋아한다

by 나즈

일 년 휴직하고, 복직한 후에 알게 됐다.

교사일이 에너지가 많이 들어 힘들다고 했었는데, 진짜 속마음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걸.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남들이 하는 16박자 동작이 나는 앉았다 일어서면 끝나버리는 걸 알고서는 포기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넘치는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교사가 하는 일도 뮤지컬배우가 쏟아내는 에너지와 비슷하단 걸 복직하고 나서 알게 됐다. 한 시간 동안 할 이야기를 구상하고, 학습지를 만들고, 영상 자료를 찾고, PPT 자료를 구성해서 수업 한 시간 동안 기획한 것을 펼쳐낸다. 간혹 딴짓하는 녀석, 조는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에 재밌게 참여한다. 아이들은 내가 준비한 것의 몇 배를 나에게 돌려준다. 수업이 재밌다고 말해주고, 복도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려주고, 지나가다 만나면 달려와 안기고, 멀리서 보면 하트를 날리는 이런 애정 뿜뿜 아이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어디 가서 이런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일 년을 쉬고 와서야 깨달았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내가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2학년 5반에 몽골에서 온 아이(원이-가명)가 있다. 둥그렇게 서클 대형으로 앉아서 인사 나눌 때, 빠지겠다고 했던 녀석이다. 5학년 때 몽골에서 와서 한국어가 아직 서툴다고 친구들이 알려줬다.

3월 어느 수업시간에 몽골은 여행 가고 싶은 1위 나라라며 5반 아이들 같이 몽골 여행 가보자고 했다.


"우리 5반 애들 다 같이 몽골에 여행 가자. 여행 주제는 <내 몽골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하고. 원이가 가이드해 줄 수 있지?"

원이를 보며 물었다. 원이가 눈이 똥그랗게 되어 놀라서 쳐다본다.

원이는 말하는 것은 서툰데 웬만한 건 다 알아듣는다.

원이의 언어실력을 친구들 앞에서 칭찬한 적이 있다. 우리가 영어를 그렇게 공부하는데도 영어를 못 알아듣는데 원이는 2년 만에 알아듣는 게 가능하다고. 대단하다고.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도 잘 못하는 것처럼 원이가 한국어를 잘 못하는 건 이해해 주고 잘 알려줘야 한다고.


"아니 너희 집에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숙소 정하고 가야지. 네가 맛집이라든지, 몽골에 별 보기 좋은 곳이라든지, 말타기 좋은 곳이라든지 그런 것 알려달라고. 그런 건 해줄 수 있지?"

5반의 모든 아이들이 원이를 쳐다본다.

원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원이의 끄덕임에 아이들은 환호를 지른다. 당장 몽골여행 가게 된 것처럼.


"비용은 MBC나 KBS에 사연을 보내서 지원금을 받아서 가도록 하자. 그래야 5반 모두가 갈 수 있지."

"네!! 좋아요!"

"선생님 EBS가 낫지 않을까요?"

"그래, EBS가 낫겠다. 어디든 보내봐. 누가 보낼 거니?"

"저요! 제가 기획안 써볼게요!"

"선생님 영상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도 되나요?"

"그래, 그거 좋다. 그러자."

"그러다 백만 뷰 찍는 거 아녜요?"


까르르르~~ 우하하하~~

원이네 몽골에 여행 가는 이야기를 하며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런데 그 후로 기획안을 쓰고 있는지 안 쓰고 있는지 말이 없는 걸 보면, 안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일 이후 원이는 친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원이의 말을 통역해서 알려주겠다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학습지 검사를 챙겨주는 친구들도 생겼다.

유목민의 역사 수업을 하면서 유목민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데, 5반에서는 뭐가 나올 때마다 원이에게 물어봐서 10분짜리 영상을 보는데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다. 야크가 나오면 원이에게 야크 본 적 있냐, 야크 고기 먹어봤냐 물어보고, 말이 나오면 말 타봤냐, 말 타고 달릴 수 있냐, 멈출 때는 어떻게 하냐, 달릴 땐 어느 쪽 채찍을 때리냐 등등 질문이 끝도 없이 나온다. 몽골사람들 영상이 아닌데도 원이에게 영상에 나오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느무느무 사랑스럽다.

처음엔 서클대화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던 원이는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잘 어울려 지낸다.

5반 친구들의 몽골 여행은 어떻게 될 것인가?

커밍쑨~~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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