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삶과 직업에 대한 단상
항상 정제되지 않은 야성적인 현장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먹고살기 위해 또는 팀 내 입지를 위해 주관을 숙이거나 누구에게 아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비난하던 사람들과 나를 비난하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유가 있음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항상 옳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꼭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정직한 미사여구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피력하며 바르게 보이던 젊은 지도자들의 현장에서의 이중성과 그들을 욕하던 나 또한 고민을 멈출 때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세련되고 유려한 글과 말보다 투박하고 날것의 진심이 세상을 바꾸는 진짜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말과 정치로 많은 것을 가져간다. 그것이 참 부럽고 질투가 난다. 하지만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올바른 지식과 고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는 것에서 끝나야 하는 것이 맞다. 좋은 스승과 동료를 만나 그동안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스승과 좋은 교수님의 가르침에 반해 나의 졸렬하고 정제되지 않은 글을 스스로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떨칠 길이 없다. 다만 내가 쓰는 글에서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그리고 책과 덤벨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 치우치지 않은 살아있는 그대로의 투박함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게 실제 삶 … 현장 트레이너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7년 전 당시 한국에서 생소했던 폼롤러와 짧은 그리드(당시에 한화로 7만 원이었다.)를 미국에서 자비로 구매하고 고가였던 트리거 포인트 키트를 의기양양하게 사 왔다. 기쁜 마음으로 선수들에게 적용시켰었다. 하지만 어떤 코치가 나에게 이런 쓸데없는 것을 왜 사용하냐고 핀잔도 주고 트리거 포인트 키트를 이건 웬 덤벨이 왜 이렇게 가볍냐며 비꼬기도 했었다. 그래도 당시 2군 팀장님의 도움으로 10개를 마련하였고 연습 전과 후에 항상 선수들에게 그것을 사용하도록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코치님들은 너무 신기해하며 어떤 코치님들은 러닝 뛸 시간도 없는데 저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했었다. 전지훈련 갈 때마다 나의 손에는 언제나 특이한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그라스톤, 변형 그라스톤, 팔꿈치 가동술 받침대, 도수 벨트, 셀프 종아리 스트레칭기 등등 궁금하다 싶으면 무조건 사고 보았다. 항상 사람들은 나를 매우 특이하고 쓸데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았다.
그런 걸 미국 사람들은 nerd라고 부른다고 한다. NC 다이노스의 장수 외국인 투수였던 에릭 해커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사람들은 너를 nerd로 안다”. 한 번은 전지훈련 동안 산책과 제품이 120여 만원을 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귀국 가방에는 옷과 선물로 가득했지만 내 캐리어에는 운동 도구와 책들로 가득했었다. 그땐 그게 그렇게 즐거웠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면 선수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절 프로야구 판에서 찾아볼 수 없던 트리거 포인트 키트는 유명 여자 배우가 사용할 정도로 흔해졌으며 짧은 폼롤러인 그리드는 단돈 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는 나는 좋은 구단과 좋은 선수들의 힘으로 영광스러운 시절을 보냈고 나의 철학과 노력 선수에 대한 열정이 담겨있는 트레이닝이 옳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투수는 트레이닝만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트레이너들이 가장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 당신이 운동시켰다 해서 당신이 만든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명확한 확신을 얻고 싶었다. 내가 트레이닝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래서 나는 지구력과 스피드 근비대와 코디네이션 및 민첩성 그리고 MMA의 요소들이 가득한 이름으로만으로 살점이 타오른 럭비에 도전하기로 했다.
시대의 흐름과 미디어 그리고 sns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해 간다. 바로 어제 2G 폰을 사용하며 인터넷을 하기 위해 PC 방을 찾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스마트 폰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업무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정말 많은 2G 폰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스마트 폰이 나오자 주저 없이 더 좋은 폰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이다. TV, 가전제품, 자동차 모든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전통적인 트레이닝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단 일반인뿐만 아니라 선수들조차도 전통적인 트레이닝과 재활 방법에 열광하고 오직 근육을 크게 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가령 햄스트링이 타이트해졌다면 1시간씩 햄스트링을 스트레칭하고 마사지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그곳이 약한 곳이다 라며 평가 없이 훈련을 실시한다. 그중에 어떤 선수는 괜찮아지고 어떤 선수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트레이닝이라는 것은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코치에 따라 다른 함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많은 주관적인 함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근거와 원칙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분야 기기도 하다. 최근 들어 기능적인 트레이닝과 치료적이고 재활적인 요소들의 트레이닝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트레이닝들이 체계화되고 소개되고 있으며 이 같은 트레이닝을 움직임 트레이닝을 (Movement training)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고유한 움직임을 기초로 하는 움직임 트레이닝은 기존의 머신을 이용한 근 비대 트레이닝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움직임 자체를 발달시켜 부상과 스포츠 기능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운동이다.
움직임을 발달시키고 경기력을 강화 시키는 운동 학습(motor skill)적인 면에서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오랜 시간 동안 선수에게 내재되어 기억된 잘못된 움직임(intrinsic malmovement memory)을 개선 시키고 인체가 가지고 있는 최적의 움직임 패턴의 간결한 동작한 남도록 유도하는 근신경계 패턴 운동 수행 (neuromuscular performance enhancement pattern training)이 있으며 다른하나는 인간의 구조적 특징을 이용하여 주동근과 길항근 같은 대측되는 근육과 관절의 탄성및 해부학적 특징을 이용한 예비장력 활성화 트레이닝(pretension activation training)으로 나뉜다. 기존의 트레이닝은 운동 학습적인 면을 배제한 체 크고 강하고 루틴적인 근육에 집중한 트레이닝들에 집중하였다. 예를 들어 투수가 어깨를 강화 시키고자 할때 기존의 트레이닝은 단순 세라밴드나 제이 밴드를 이용한 어깨의 외회전(external rotation) 및 내회전(external rotation) 근육을 강화 시키는 것에 집중했다면 후면사슬(posterior chain)을 강화시키고 더 나아가 어깨 회전에 관련된 감속과 가속의 비율 코킹이후 시작되는 코어와 앞다리의 지면 반력을 이용한 어깨의 부담을 줄여 주는 패턴 가속화 트레이닝들이 쓰이고 있다.
패턴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은 단순하게 던지는 동작을 구현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frans bosch는 운동선수들의 특이적 운동 패턴의 해당 스포츠의 형태 및 규칙에 의해서 정해진다고 하였다. 보편적인 GPP와 GSP는 기본적인 운동 선수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중요하지만 이러한 하위 기본 개념은 일반인들의 건강하고 강한 삶에도 충분한 영향을 미친다. 다만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규칙과 스포츠의 형태에 따른 운동 선수의 맥락적 자기 조직화가 공통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나 사실 개개인마다 그 특성이 다름을 인지하여야 한다. 가령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야구의 외야수를 데리고 기술 훈련을 멈추고 루틴적인, 즉 GPP운동을 시킨다고 과연 그 선수가 회복할까? 야구 선수 그리고 외야수로서 이것은 다른 문제이다. SNS와 수많은 광고들은 물리치료 기법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GPP(내눈에는 GPP로 보인다)시행한다. 그러나 그들이 스포츠를 이해하고 있을까? 내가 아는 진짜 치료사는 자신은 확실히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한다고 한다. 흥미는 흥미에서 끝나길 바랄뿐이다. 다이나믹한 신경 안정성과 움직임을 중요시 여기는 치료사들이 잘못 깨닫고 있는 것이 있다. 물리치료사이자 선수 트레이너로서 전 LA다저스 수석트레이너 수 팔소니는 완전한 신체적 준비가 끝나고 통증이 없이 프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하였다. 전제조건 즉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복잡계의 통증을 컨트롤하여 완벽한 상태에서 150km로 날아오는 볼을 칠수 없다. 또한 120kg의 거구의 럭비선수가 태클을 위해 자세를 낮추었을 때 항상 중립자세를 유지할 수 없다. 그것이 진정한 '카오스'다. 카오스의 환경을 수년동안 경험해 보지 않고 카오스를 이야기 하는것은 학자, 연구자가 할 수 있는 권리이지 트레이너의 그것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수도 있고...
그러나 명확한 명제는 우리의 인생과 삶의 제목이 '트레이너'라는 것이다. 치료사가 지닌 고유의 능력을 부러워할 수 있으나 우리의 목표는 선수의 퍼포먼스다. 그리고 그것은 지식과 경험과 환경에서 완성되어 간다고 착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