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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기명 Oct 26. 2023

피드백을 선택할 권리

 축구 A매치 경기 여운이 남아있을 때 조규성 선수 인터뷰를 본 적 있다. “너무 쉬운 거야 축구가 너무 축구가 재밌는 거야” 본인이 잘하는 걸 알아차린 순간, 장점에 눈이 뜬 순간의 느낌이라 했다. 조규성 선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했지만, 프로가 된 날에도 느끼지 못한 재미란 감정을 어찌 갑작스레 느끼게 되었을까. 다름 아닌 팀 동료의 조언 덕분이란다. 잔소리가 될 수 있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도움이 될 만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스터디부터 직접 해보기까지. 결국 기량을 끌어모은 그는 귀중한 가치의 골을 넣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골의 어시스트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팀 동료일 테다.


 회사가 축구장이고 우리가 패널티 박스 안에 있는 공격수라면 여기저기서 크로스가 올라오고 있을 테다. 땅볼로 깔려서 오는 공, 점프를 최대한 해도 닿을지 의심되는 공, 발로 차야 할지 헤딩을 해야할지 애매한 높이로 오는 공. 오로지 한 공만 골대에 넣어야 한다면 어느 공을 골라야 할까. 이 짧은 시간에 우리가 찾고 있는 건 내가 어느 공을 더 쉽게 넣을 수 있을지다. 내가 잘 찰 수 있는 공이 무엇인지 찾고 그 공에만 집중할 것. 회사에서 여기저기 날아오는 피드백을 모두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결국 한 골도 넣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모든 피드백을 다 수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위축되고 작아질 게 분명하다. 우리가 아무리 주니어라도 선택권이 있다는 걸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나에게 주는 피드백이니 오로지 나만이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권이 있다.


 솔직히 말은 쉽다. 막상 겪어보면 혼돈 그 자체일 게 분명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면 무너지지 않을 든든한 힘이 우리 몸 어딘가에 있단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인드를 갖췄다면 일단 사방으로 날아오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보자. 주니어 특히 입사 1년이 안 된 사원이라면 필터링은 시기상조다. 첫 사수님께서 내게 하신 조언이 있다.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좋고 나쁨을 떠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끔 교훈으로 삼자’와 ‘안 좋은 사례에서 오히려 가르침을 받아 자신에 도움이 되게끔 하라’ 이 두 사자성어를 곱씹으며 일을 하게 되면 보인다. 어느 걸 배워야 할지랑 배우지 말아야 할지. 몇 번 반복되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 포인트에서 센스가 있다 없다 판가름 나는 건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를 자신에게 체화시키는 속도와 본인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는 정도라 생각한다.


 고집을 꺾을 줄 알아야 한다. 카피나 아트와 같이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고집이 꽤 있다. 나 또한 입사 초까지만 해도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다. 실무는 한 번도 안 해봤으면서 기깔난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존감. 자연스레 고집도 아주 강력한 상태였다. 물론 이 자존감은 몇 번의 아이데이션 회의하면서 거센 파도 같은 피드백을 만나며 파사삭 무너졌다. 그 타이밍에 사수님의 타산지석, 반면교사 조언을 들었고 다시 제로부터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내 고집은 꽤 오랜 시간 햇빛을 못 보게 되었고 선배님들의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타산지석하고, 어쩔 땐 반면교사 하기도 했다. 고집이란 걸 치워버리니 내 앞을 막고 있던 그림자 하나가 멀끔히 사라지는 듯했다.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사라지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물론 인턴 때 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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