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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이 Dec 29. 2023

쌔복이 좀 있는 편입니다만


(쌔복 :세 가지 복이라고도 하고, 돈복, 재물복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하진 않음)


저는 평소에도 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실제로도 잊을만하면 뭐가 당첨되거나 뭐가 생기는 일을 자주 겪습니다. 


- 대형마트에서 가격표 틀린 거 찾게 돼서 얘기하고 상품권을 받는다거나. (다른 마트에서 여러 번)

- 몇만 원짜리 즉석복권이 되기도 하고

- 여행 가서 심심풀이로 삼행시 짓기 행사 참여했는데 한참 후에 등수에 올랐다고 상품권이 오고

- 제품 쓰다 불편하거나 건의사항 홈페이지에 올려서 제품, 화장품 등을 받는 일도 많았고,

- 연애시절에 당첨된 영화시사회로 데이트를 자주 했는데 몇 년간 꽤 괜찮은 영화들을 많이 봐서 좋았어요. (시사회는 일반 상영장보다 관객 집중도, 호응도가 좋아서 영화 볼 맛이 나거든요.) 


그런 일들이 왕왕 있습니다. 남편은 함께 겪을 때마다 늘 신기해하는데 저는 워낙 자주 있던 일이라 음, 또 됐군. 이런 식입니다.




로또 당첨 같은 큰 대박 행운은 아니고(차라리 로또 한방이 더 좋은데!! ㅋ), 일상에서 크지 않은 기분 좋은 자잘이들이 되는 정도지만 몇 번의 운 좋은 행운들도 있었습니다. 


딘타이펑 10주년 추첨권 1등 당첨돼서 대만 3박 4일 여행했다는 썰


쌔복1) 

명동에서 데이트하고 자주 가던 딘타이펑에서 밥 먹고 나오는데 10주년 행사를 한다고 포스터가 붙어있어요. 근데 계산할 때 직원이 깜빡했는지 추첨권을 안주네요? 제가 달라고 요청해서 받았습니다. 저녁 영화를 예매해놔서 영화관으로 이동하고 너무 궁금해서 추첨권을 긁었는데 대만 여행권이 뙇. 우워~~ 흥분해서 딘타이펑 고객센터 전화하니 1등이 맞데요. 이름, 이메일 주소 등등 알려주고 날짜도 언제든 상관없이 정할 수 있다 해서 양쪽 회사에 얘기해서 날짜 맞추고~

그렇게 대만을 처음 다녀왔습니다.




되팔 것도 아닌데 버리기 아깝다며 접어서 보관 중인 박스. 미니멀이라면서 이런 박스는 함께 살고 있다지


쌔복2) 

구리롯데 아웃렛에 산책 삼아 놀러 갔어요. 당시 둘 다 한참 레고 삼매경일 때라 완구 코너를 보고 있는데 자주 판매하지 않는 '슬레이브 1'이라는 모델이 1개 있는 거예요. 보바펫이 탄다나,, 전에 영화인지 시리즈에서 봤던 거 같아서 남편한테 "이거 스타워즈 같은데 옛날 버전인지 색상이 촌스럽다. 근데 스타워즈치고 큰 모델인데도 싸네요?"라고 했더니 가격을 보면서 가격이 잘못됐데요. 299,000원 이 정가일 건데 99,000이라고 쓰여있었거든요. 제가 아니라고 이 가격 맞을 거다. 잘못 표시했나 보네. 그럼 사야지! 했는데 남편이 그냥 가격 표시만 잘못된 걸 거라고 안 믿음. 


바로 계산대가서 찍어봐 달라 했죠. 99,000원 맞음. 남편 놀람. 바로 계산. 나 바로 했제~시전. "내가 가격 맞다 했제~" 남편 얼굴 완전 상기되고~  레고 카페 게시판에 글 올려서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는~~





쌔복3) 

생애 처음 본 뮤지컬들은 다 무료 당첨으로 봤습니다. 캣츠 오리지널 내한공연(직접 들었던 memory의 소름..), 노트르담 드 파리, 이지훈이 주연으로 나왔던 (제목도 생각 안 나는데 실제로 너무 잘생겨서 놀랐던 기억만 나네,, 이런..) 공연.. 이렇게 3편 봤던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보라카이 리젠시 숙소 전경. 아.. 따듯한 곳 어디라도 가고 싶다~


쌔복4) 

남동생 커플 대신 뜬금없이 엄마와 보라카이 여행. 남동생이 결혼 전 지금의 와이프와 보라카이를 가겠다며 여행 예약을 합니다. 근데 상대 부모님께서 결혼 전엔 안된다 반대.. 허락도 맡지 않고 여행부터 예약한 덕에 취소도 못하고 "누나, 어머니 모시고 보라카이 갔다 올래? 내가 경비도 낼게" 

현금이 더 좋으셨던 어머니는 '돈으로 주지 무슨 여행이냐'라며 투덜대셨지만 가자마자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요~ㅋ  덕분에 전혀 계획에 없던 해외여행 3박 5일을 거의 무일푼으로 다녀왔다는 썰.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데 공짜를 바란 적은 없어 그런지 여전히 숱이 한 움큼입니다. 별 노력 없이 얻기도 하고 노력해서 잃기도 하는 걸 보면 참 인생사 새옹지마가 맞네요.


이렇게 얻는 것들은 살다가 어쩌다 찾아오는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고 그냥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모든 일에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 안 좋은 일 역시 이유 없이 일어나기도 하는 게 인생이니까. 

언제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냥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4개월 정도 접어들면서 생각들이 많이 정리되어 무슨 인생 통달한 것 같은 마음 정리가 많이 되는데요, 몸 안에 꾹꾹 담겨있던 경험과 생각들이 글쓰기 덕분에 내 안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저 역시 다듬어지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올해도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그런 재료들이 더 잘 뭉쳐져서 나를 좀 더 보완하나 보다.. 하는 생각. 

어쩌다 썼던 글과 매일 자주 쓰는 글 차이를 몰랐는데 처음엔 그리도 숙제같고 괴롭더니 조금씩 저를 다음어주는 연장같습니다. 짧았던 기억을 더듬고 주변과 마음을 살피고 글감을 찾아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일. 인생도, 글쓰기도, 어쩌다 남겨주시는 댓글 1줄 조차 오늘을 설레게 하는 선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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