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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빈 Oct 06. 2022

무지성 망나니로 살기 2일 차

본격적으로 행동 시작, 무작정 밀어붙이기의 놀라운 결과

 2일 차가 밝았다. 빨랫감이 쌓여서 빨래를 해야만 했는데 예전 같으면 '출근해야 하니까 시간이 애매할 것 같네. 이따 집에 와서 해야지'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바로 세탁기로 가서 문을 닫고 세제를 넣고 동작 버튼을 눌렀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건조기 먼지도 털어놓고 샤워를 했다.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즉시 행동할 수 있는 힘은 '상황'을 무시하는 데서 나온다. '시간이 애매해서', '몸이 피곤해서', '어차피 거절당할 것 같아서' 미루다가 아무것도 못했던 적이 많다. 나는 시간이 부족하든, 지금 이 일을 하게 되면 다른 일을 못하게 되든 머릿속에 떠오른 행동들을 곧장 하는데만 집중했다.


옷을 만들고 팔아보고 싶어서 쇼핑몰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막연하게 '예쁜 후드티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지내다가 더 이상의 미루기는 없다는 마음으로 일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동대문 원단시장으로 직행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색상과 재질, 두께는 이미 구상을 해놓은 상태여서 딱 맞는 원단을 파는 가게에서 스와치를 받아왔다. 친구가 알려주기를 이렇게 원단을 골라서 스와치(원단 샘플 모음)를 달라고 하고 확정이 되면 yard(야드) 단위로 구매해서 공장에 샘플을 맡기면 된다고 했다. 친구는 연말까지 팬츠를, 나는 후드를 완성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거리가 만들어졌다!


                                                  ▲ 내가 만들고 싶었던 후드티 컬러(1)


                                              ▲ 내가 만들고 싶었던 후드티 컬러(2)


                                              ▲ 내가 만들고 싶었던 후드티 컬러(3)

                                                         ▲ 처음 받아와 본 스와치들


생각한 일을 바로 실행했을 때 좋은 점은 ‘남의 의견’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해보고 경험한 ‘나의 생생한 의견’ 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고민하거나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가서 부딪치니까 시간도 훨씬 단축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깨우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책 '빠르게 실패하기'를 읽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가벼운 계획이 똑똑한 계획이다. 미루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살을 빼고 싶다면 매일 3km씩 공원을 뛰어야지! (X) 오늘은 점심을 가볍게 먹어야겠어 (O)

대출금을 갚는다면 매달 30만 원씩 갚자! (X) 오늘부터 소비를 줄이고 버는 일에 집중하자 (O)

동화책을 쓴다면 한 달간 글을 쓰자 (X) 오늘 버스 타고 집 가는 동안 몇 문장 써볼까 (O)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다보면 흥미가 생기고 가속도가 붙는다. 이틀밖에 안됐지만 기분이나 에너지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는 걸 느낀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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