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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박사시절 지인

찝찝한 인연

by 하마생각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박사시절.. 그저 훌쩍 떠나고 싶었던 동네에 예기치 않게 포닥을 하게 되어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박사생활동안 알고 지냈던 몇몇의 지인들과는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특별히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곁에 있으면 마음이 좋기보다는 유독 마음이 지치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너무 자기 마음의 힘든 얘기만 계속 늘어놓는다던지.. 선 넘고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한다던지.. 아무튼 그럼 사람들 곁에 있으면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인데, 이상하게 박사시절에는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던 것 같다. 나 또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에 그들을 받아주기엔 내 마음의 그릇이 부족하다고도 느꼈다. 작년 이 맘 때쯤, 박사논문 쓰는 와중에 이별도 겪고 마음이 힘든 중에, 그냥 떠나고만 싶어서 한국행 비행기를 끊어 떠났고, 그 과정에서 주위지인들에게 별말을 안 하고 없어져 버렸다. 나 나름대로는 별로 각별한(?) 사이가 아니기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올 줄이야..(!)


아무튼.. 그래서 포닥으로 왔을 때는, 그런 사람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나 자신에게 조금 집중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전 인연들과 매듭을 잘 안 짓고 떠나서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내가 사는 동네가 좁아서일 수도 있는데, 포닥을 시작하고 3개월 차쯤 되자 그전 지인들과 예기치 못하게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이 생겼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목격된다든지, 아니면, 집 앞 카페에서 등등..


어제는 아주 제대로 마주쳤는데, 미술학원 가기전에 모닝 독서를 위해서 집앞 카페를 갔는데, 새벽예배를 끝내고 카페에 온 예전 교회 친구 둘을 마주쳤다.


'어? 안녕!" 인사를 했고, 그들은 말했다 "나 사실 너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있었어~~~"

나는 (속으로) 이런 젠장.. 을 속삭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큰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서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었다.

왜 갑자기 내가 떠났는지부터 왜 돌아오게 됐는지 까지..


그 중에 한명이 내가 연락을 안한 것에 대해서 투덜거리자,

나는 그냥 속마음을 얘기했다 "나는 내가 너한테 말하면, 주변에 이리저리 말하고 다닐 것 같아서 말 안했어." 오랫동안 속마음으로 품고 있던건데 입으로 뱉으니 뭔가 시원했다.


그러자 그는 "어떻게 나를 그렇게 볼 수 있어? 나는 신뢰할수 있는 사람한테만 말해.,! 나도 봐가면서 말하지."


근데 나는 니가 내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것 자체가 싫은데 어쩌겠냐..


그리고 대화가 오가는 중간 중간,

내가 교회에 갑자기 나오지 않자 그 친구가 내 욕을하고 다녔던것,

전 남친이 몇몇한테 우리의 이별한 뒷얘기에 대해서 말했다는것..

등등을 알게 되었다.


뭔가 예상했던 일인 것 같다.


누가 힘든일이 있으면, 왜 힘드냐고 물어봐주는 것이 당연한것 아닌가?

그런데 원래 그런 애인줄 알았지만,

그런 물음없이 단순히 교회에 안나온다고 뒷말을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


이번 포닥생활에서는 미국교회에 잘 적응하려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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