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을 때

흔들리는 포닥생활에서 그냥 커피향만 맡았던거야~~

by 하마생각

포닥생활을 시작한지 3개월이 넘어간다.

그리고 박사 졸업논문을 쓰다가 야반도주하듯 한국으로 돌아간게 벌써 1년전이다. (비록 포닥하러 다시 같은 곳으로 오게됐지만..)


일적으로만 보면 정말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구하는 주제도 흥미롭고, 쓸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도 있고, 교수님과의 관계도 순조롭다.

같이 일하는 멤버들이랑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우호적으로 그리고 가끔 사적인 대화도 하며 꽤 잘지내고 있다. 또한 University Environment특성상 자유롭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일하는 시간도 일하는 장소도..


그런데 일 이외의 부분에서 마음이 요동칠 때도 있다.

박사 때 다니던 한인교회를 다닐 때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 같은 교회 친구들이랑 동네에서 마주치기도하고, 내가 돌아온 사정에 대해서 설명도 하고.. (돌아와서) 연락을 안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했다. 미국에서 만난 한인 교회친구들과의 관계는 다른 곳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물론 편하고 좋지만, 사이가 어쩌면 부담스럽게 가깝고, 뭐든 걸 알려줘야할 것같은 부담감이 있고, 챙겨줘야할 것 같은 마음의 중압감이 있다. 나 스스로 내 마음에 짐을 지우는 것 같긴하지만.. 아무튼 그 사이가 마냥 편한 건 아니라서 포닥중에는 이런 관계에 대해서 쉼표를 찍고 지내고 싶었는데 사람 사이란게 그렇게 자로 재듯 선을 그을 수 있는게 아니라 어렵다. 어쩌면 내가 나 스스로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걸 수도...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편한 것도 아니다.

이번 포닥와서는 미국인들이랑 좀더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일단 언어가 자유롭지 않으니 관계가 깊게 발전되기 싶지가 않은 것 같다. 미국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만난 한국인들 부부들은 또 너무 공통점이 없어서..섞이질 못하는 기분이 든다. 한번씩 확몰아치는 외로움을 미국교회에서 느낄 때가 있다. 참 쉽지 않다. 한국인들은 너무 가까워서 어렵고 미국인들 (혹은 미국인들같은 한국인들)은 너무 멀어서 어렵다.


일단은 지금은 외로움을 감수하고, 내가 정말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을 편해하는지 찾아보는 기간으로 삼기로 한다.


30대 중반에 싱글로.. 그것도 번듯한 직장이 아닌 어쩌면 불안정한 포지션인 포닥으로 미국에 있는게 쉽지만은 않다. 포닥 오기전에는 연구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냥 불도저처럼 내 길을 가는 사람으로 지내려 했지만 중간중간 요동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고 나도 인간관계를 맺으며 미국생활을 할 수 있을찌..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래본다. 하나님 저와 함께 해주시고, 저에게 좋은 친구를 허락해주세요.

keyword
이전 09화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박사시절 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