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에세이_봄은 따로 오지 않는다 15

by 김초아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하루 종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구름의 개수만 세고 싶은 날.

글을 써도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지지 않고, 나의 예상과 다른 가족들의 반응에 더 크게 화를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나 자신이 게으르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날.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바닥 여기저기에 흐트러져 있는 아이들의 옷가지도, 턱 밑에 난 조그만 뾰루지도 보기 싫은 날.

남편의 짜증을 그저 넘길 수 없는 그런 날.

아이들의 그림에 조금 덜 칭찬하게 되는 날.

숨 쉬고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그런, 날.


이런 날이 일 년 중 며칠이나 될까?

시간 낭비하면 안 되는데. 1분 1초가 아까운데.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해야 하는 일들의 조각을 맞춘다.

억지로 맞춘 조각이 어색하다. 오늘 나의 하루처럼.


멍하니. 생각한다.

난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한가해서, 먹고 살 만해서 하는 생각들. 사치스러운 잡념들.

나만이 궁금한 것 같은 질문들.

오늘도 정답을 알지 못한 채 하루가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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