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하루 종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구름의 개수만 세고 싶은 날.
글을 써도 마음에 드는 글이 써지지 않고, 나의 예상과 다른 가족들의 반응에 더 크게 화를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나 자신이 게으르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날.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바닥 여기저기에 흐트러져 있는 아이들의 옷가지도, 턱 밑에 난 조그만 뾰루지도 보기 싫은 날.
남편의 짜증을 그저 넘길 수 없는 그런 날.
아이들의 그림에 조금 덜 칭찬하게 되는 날.
숨 쉬고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그런, 날.
이런 날이 일 년 중 며칠이나 될까?
시간 낭비하면 안 되는데. 1분 1초가 아까운데.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해야 하는 일들의 조각을 맞춘다.
억지로 맞춘 조각이 어색하다. 오늘 나의 하루처럼.
멍하니. 생각한다.
난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한가해서, 먹고 살 만해서 하는 생각들. 사치스러운 잡념들.
나만이 궁금한 것 같은 질문들.
오늘도 정답을 알지 못한 채 하루가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