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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10시간전

방학 첫날

에세이_모든 게 같을 순 없지만 14

일주일 전부터 기대에 부푼 첫째였다.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 방학. 동생에게 오빠는 한 달 넘도록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얼마나 약을 올리던지 결국 나에게 한 소리 듣지만 그래도 좋은지 히죽히죽 웃는다.

하지만 주말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나는 일요일 저녁, 갑자기 열이 났다. 몸살인지 아니면 얼마 전 열이 났던 둘째에게 옮은 건지 열이 심하게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생긴 것과 다르게 허약 체질인 엄마를 둔 탓에 아들은 방학 첫날부터 산책은 커녕 집에만 있어야 했다.

간밤에도 계속 열이 나 새벽에도 약을 먹고 식은땀을 흠뻑 흘린 나는 뒤늦게 잠이 들었다.

아이가 늦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방학 첫날이라는 기대에 힘입었는지 오전 6시에 기상을 한 아들.

"엄마 몸이 안 좋아서 조금만 누워있을게..."

옆에서 꼼지락, 바스락거리는 탓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거실 가서 책 보고 있을래?"

"혼자 나가기 무서워... 같이 가줘."

'그래, 방학 첫날인데 짜증 내지 말자.' 다짐을 하며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섰다.

열은 가라앉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피부가 뒤집어져 있었다. 온몸이 따갑고 가렵고 두드러기투성이였다. 제대로 몸살에 걸린 듯했다.


그렇게 첫째는 내 옆에서 심심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흐르고 둘째를 깨우고 등원 준비를 시켜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가서 동생 좀 깨워줄래?"

평소 같으면 짜증을 내며 "싫어! 엄마가 해!"라고 하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동생을 깨우러 간다.

"공주님~ 햄스터~ 일어나야지.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엥, 이게 무슨 일이지? 싶은데 심지어 일어나기 싫다는 동생의 투정도 받아준다.

동생이 기분 좋게 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달래주며 옷도 입혀주고 놀이책도 만들어 주었다.

내가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이에 동생에게 선물로 만들어 준다며 놀이책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동생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는 길.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인데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동생을 데려다주고 나의 손을 잡고 걸어주었다.

"아휴 더워, 힘들다."

"응, 그래. 힘들었지? 오늘 아침에 동생한테 짜증도 안 내고 잘 돌봐줘서 고마워. 덕분에 동생도 어린이집에 기분 좋게 잘 갔네. 엄마도 도와주고 기특해! 아들!"

"응. 엄마. 그러니까~"

역시 바라는 게 있었다. 평소 나에게 "그러니까 엄마 용돈 1000원만! 만화 10분 더 보게 해줘!"라며 보상을 요구하는 아들이기에 나는 그러니까를 듣자마자 안 돼를 외치려 했다.


"안아줘."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아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가 아파 힘들어 보여 열심히 동생도 돌봐주었다고 덧붙여 말하는 아이.

"엄마가 아파서 미안해. 내일부터는 산책도 가고 놀러도 가자! 고마워, 아들!"

그렇게 감동스런 방학 첫날을 보냈다.


동생의 최애는 하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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