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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sbesos Nov 30. 2019

연과 풍선

배가 등에 붙을 것 같은 배고픔을 뒤로하고 치킨 한 마리를 시켜 해치웠을 때,

졸리는 잠을 겨우 참아내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몸을 침대에 뉘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마음이 스르륵 행복하고 포근해진다. 


하지만 이런 일도 마음속에 일렁이던 간절함과 절실함이 해소되기 시작하면 그 전의 조급해하던 내 모습은 없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문제가 해결된 후의 나는 훨씬 여유롭고 가벼워진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내가 급할 땐 누구든 도와만 준다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은인을 찾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줄기 빛처럼, 도움의 손길이 닿았을 때, 상대방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준다. 그리고 언제가 꼭 이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구사일생이 된 후 며칠 뒤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여유를 찾은 나의 다짐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고 그 고마워했던 마음의 농도도 옅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감사함'이란 지속적으로 되새기고 곱씹어 생각하지 않으면, 얇아지고 옅어져 버리는 특수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나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끊어져 날아가 버릴 수 도 있는 연, 내 손에서 꼭 쥐고 있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는 풍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쥐고만 있으면 언제든 나를 기쁘게 해 주던 어릴 적 아빠와 함께 날리던 연, 엄마손 하나 잡고 풍선 하나 잡았던 놀이동산의 풍선과 같이 말이다.


가능하다면 지금 감사함을 전하지 못한 이에게 살며시 순수한 내 마음을 전해보자.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잊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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