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일기
30년 남짓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목표를 세우면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럴 때마다 다행히 내가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얻어왔다. 노력이 부족하면 내가 생각한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최선을 다할 때는 내가 생각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능을 망쳤을 때 내가 노력을 덜 했다고 생각했고, 편입에 성공할 때도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간 것도, 단기간에 공무원에 합격한 것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던 덕분이라고 여겼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내가 이루어낸 결과의 산물이었다. 내가 어느 대학에 나오고, 어느 직장에 다닌다고 말할 때마다 내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마냥 으스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결과에 집착하는 나를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안 좋으면 최선을 다한게 아니라고 내 자신을 무던히도 채찍질하고 있었다. 남들이 결과로 침울해있으면 '최선을 다했으면 된거야'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너그럽게 대하지 못했다. 항상 목표를 나의 능력보다 높게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노오력'이면 다 된다고 생각한 기간이 길었던만큼
때로는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들을 보면 4년을 올림픽 하나만 훈련했을텐데 얼마나 아쉬울까
티비를 통해 본 내가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그러다가 그들의 인터뷰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지만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 당시에는 방송이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겠지, 실제로는 아쉬운 마음이 안 들겠어?
괜스레 심통이 나서 혼자 투덜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때때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과는 신조차 모를 때도 많지만 노력만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주사위가 던져지기 전까지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주사위의 숫자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결과를 두려워해서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주사위를 던지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오롯이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일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 노력하는 일이 앞으로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을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