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맨날 피곤할까? - 3

청춘은 바로 지금, 청바지!

by 잠실섹시


'라떼는 말이야..'


몇번이나 강조하지만, 나는 체력 저하를 노화로 꼽는 것을 탐탁찮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체력이 '팍' 꺽였던 때를 기억한다. 25살 즈음이었다. 최저임금 언저리의 파트 타임 알바를 전전하며 또렷한 커리어도 없이 방황하다가 운 좋게 다니게 된 직장 생활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도 없었다. 전에 하던 최저시급 알바나 다름없는 아주 단순한 업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노동으로 벌이를 이어가던 삶에서 벗어나 사무실에 출퇴근을 하고, 내 자리가 있고, 내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했다. 어디 하나 잘난 것 없는 형편없는 내 스펙. 그리고 내 주변의 '고학력' 동료들. 그들 또는 상사에게 받는 인정들이 짜릿했다. (그래봤자 그냥 학사 졸업일 뿐인데, 그때의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한다는 것을 빌미로 스스로 하대하곤 했다) 그래서 그때 그 위치에 대한 집착이 생겼다.


파트타임 알바시절에는 밤새도록 술을 먹고 2시간을 채 못 자고도 다음 날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었다. (여기서 중요한건 하루정도가 아니라 반복이라는 사실) 물론 피곤했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냥 알바 현장에 실재하고 기계처럼 단순 노동만을 반복하다보면 퇴근 시간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직장이 생기고 나서는 날이 갈수록 피로가 중첩되었다. 늘 피곤에 쩔어있었고 자도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퇴근 후 사람들과의 조우는 끊을 수 없었다. 일주일에 못해도 2번 이상은 퇴근 후 음주를 즐겼다. 평일 기준이다. 주말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아마도 많은 미디어 속에서 노출되는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음주의 장면들이 나에게 로망이었던 것 같다. 그것을 영위한다는 사실로 내가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일종의 소속감에 중독되었던 것.


평일 저녁 술 약속이 없는 저녁이면 7시 좀 넘어 집에 와서 밥먹고 씻고 티비 좀 보고 어영부영하다보면 11시. 자려고 누워서 휴대폰. 인스타 유튜브 좀 보다보면 12시, 1시, 2시. 아 엿됐다. 빨리 자야지. 눈을 감으면 이미 잠때를 놓쳐서 멀뚱멀뚱 누워있다가 날밤 까고 피곤에 절여져서 출근. 다음날은 약속이 있으니 퇴근하고 술 마시고 기절해서 자고. 다시 또 반복.


내 경험담이지만 체력저하의 원인을 나이 탓하는 사람들 중, 위 사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90% 이상일 것으로 감히 확신한다. (아닌가 내 주변에 술먹는 사람 밖에 없어서 그런가)



우리가 겪는 피로가 나이와 아예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는 확실히 이전 때와는 다르다. 그것은 물리적인 나이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나이에 따른 '책임감'이라고 볼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은 기조에 따라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형성하며 그 고정관념은 타인의 나이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 나이에 맞는 안정적인 입지에 소속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쓴다. 소속된 이후엔 모든게 끝나고 안정을 찾나 싶지만 어림도 없다. 일적으로든 일을 벗어난 사회에서든 우리는 계속 나이에 맞는 형태의 인간이 되기 위해, 내 나이에 맞는 삶을 갖추기 위한 '책임감', 즉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뭐 물론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곧 책임의 중압감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나이에 따른 피로유발자인 '책임감'을 들여다 보고 해소해야할 시간에 휴식을 빙자한 음주, 만남, 미디어 소비로 인해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요즘 흔히 습관처럼 말하는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가 휴식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본능적으로 지껄이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휴식의 본질을 얼만큼 영위하고 있는지 본인 삶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책임질 것들이 많아질수록,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시간이 삶에 분포되지 않은 채로 '청바지'를 외치며 부어라 마시다가 역설적으로 이제 나이 들어서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당연한 얘기다. 지금은 예전처럼 얄팍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보통의 직장인들"의 생활 루틴을 영위하는 것은 가히 자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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