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 & 7학년 이야기

아들 하나 키운 이야기

by insaengwriting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성적표가 익숙한 ABCDE로 표시되어 나왔고 그전까지는 매우 잘하고 있다 정도의 다정한 글이었기에 성적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고 성적이 크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6학년이 되어 성적표가 나오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 한 명으로 아들은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6학년 마지막 텀을 하며 학생 회장 선출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지원한 몇 명의 아이들이 경합을 벌였다. 지원자들은 '내가 학생회장이 된다면' 하는 연설을 시니어 학생인 4학년부터 7학년들과 선생님들이 모이는 조회에서 자신들이 작성한 연설을 하게 되었다. 지원자들의 연설을 모두 듣고 시니어 학생들과 전체 교사들 그리고 학교 직원들 전체가 투표를 해서 내년 학생회장을 뽑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해서 아들 찰리가 내년 학생회장으로 뽑혔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공립 초등학교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동양계 학생회장이 나왔다고 했다. 사립학교와는 달리 호주의 공립학교는 조금 많이 거친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비가 일단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기 때문에 부모들의 수준도, 부의 상태도 천차만별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년 학생회장이 되다.


나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앞에 나서는 것도 감투를 쓴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지만 이렇게 아들이 리더가 되어 리더십을 배우고 실천하며 점점 리더로서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 아들이 학생회장이 되었다고 학교에 봉사를 하거나 학교의 뭔가를 학생회장 엄마가 하지는 않는다. 그런거 자체가 호주에는 없다. 그래서 한국도 엄마들은 아이를 응원하는 수준으로 학교일에 크게 나서지 않는다면 내 아이가 리더가 되길 원하면 응원해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7학년


학생회장이 된 아들은 학교가 시작하자 곧바로 리더십 캠프에 일주일 참가하게 되었다. 퀸스랜드 정부 교육청에서 일체의 비용을 들여 골드코스트 지역 7학년 전교 학생회장들만 모아 리더십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분야의 리더들과 만나는 기회와 환경과 미래에 대한 초청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리더로서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실천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캠프를 다녀온 아들은 리더십 캠프 가기 전과 후의 느낌이 달라져 있었다. 나의 아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좀 더 깊어지고 성숙해진 느낌을 받았다. 리더십 프로그램이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들의 7학년 생활은 바쁜 일정의 연속이었다. 일주일 중 수요일은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뉜 전체 조회를 두 번 진행해야 했으며 관련하여 학교 직원 대표자와 담당 선생님과 미팅은 물론이고 학교의 모든 행사 진행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자주 담당자들을 만나 미팅하며 계획하는 등 일 년 동안 학교를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 역할을 톡톡히 다하며 일 년을 보낸 아들이었다.


호주는 학생 회장을 위주로 학생 간부들과 학생들이 학교일을 전적으로 주도했으며 특히 학생회장은 담당 직원이나 교사들,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을 듣고 조율을 하며 리더로서 학교를 끌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찰리는 열심히 학교일을 하며 빠진 수업들은 친구들의 노트를 빌려 따라가며 모든 면에서 열심히 바쁘게 잘 보낸 일 년이 되었다. 졸업식이 있는 날 아들 찰리는 최우수 학생 시민상과 몇 가지 상을 더 받으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 전에 준비하며 교장 선생님이 날 불렀다. 모든 상들이 찰리에게 몰려있으니 나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교장 선생님의 취지는 초등학교니까 한 아이인 찰리에게 모든 상을 주는 것보다는, 찰리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되도록이면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물론 나는 흔쾌히 교장 선생님 의견에 동의했다.


고등학교를 선택해야하는 시기


7학년을 마치기 전에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것은 내년부터 5년 동안 다녀야 하는 고등학교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호주는 초등학교 7년 그리고 고등학교를 5년으로 총 12학년을 두 개의 학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로 나누는 시스템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중학교는 고등학교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가 되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고민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두고 사립과 공립 중에서 생각을 해야 하고 일단 공립은 집 근처로 선택할 수 있는 몇 개의 고등학교가 주어지며, 사립일 경우 선택이 무척 많지만 학비, 장학금 신청을 위한 학교별 시험 일정에 따라 신청하고 시험을 각각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진학 걱정을 하자 나의 친한 동료이자 찰리 7학년 담임이 조언을 주었다. 자기의 딸도 그랬다며 찰리를 그냥 공립고등학교에 보내는 말이었다. 찰리는 이미 공부하는 습관이 자리 잡은 아이라 굳이 사립학교를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사립학교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잡아주며 공부로 아이들을 끌어주기에 대부분 부모들이 아이를 사립학교로 보내는 선택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분명하게 장담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돈 낭비가 될 거라고 했다. 친구의 직접적인 표현은 '돈이 남아돌아 버리고 싶다면 찰리를 사립학교에 보내'라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학교를 옮길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10학년 때 주어지니 고등학교 첫 시작인 내년에는 공립학교를 보내도 찰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찰리의 생각은 대부분의 초등학교 친구들도 선택해서 가는 베노아 고등 공립학교를 가고 싶어 했고 자주 나에게 그런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었다. 그래서 의견을 모아 찰리가 가고 싶어 하고 공립 고등학교의 지원서를 받아 그 학교의 장점을 읽으며 공부해 나갔다.


고등학교를 결정하다.


베노아 하이 스테이트 스쿨, 베노아 공립 고등학교는 골드코스트에서는 유명한 학교였다. 공립학교로써도, 사립학교에도 결코 뒤지지 않고 좋은 교육 시스템과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교로 이름이나 있었고 몇 개의 아주 특별한 반들이 꾸려지고 있었다. 특별반은 3년 동안 거의 모든 수업을 프랑스어로만 하는 프랑스어 반, 체육 특기생반, 음악 특기생반 그리고 미술적 재능 특기생반 등 4개의 특별반과 일반반들로 나눠져 있었다.


프랑스어 특별반에는 주로 공부를 잘한다는 아이들이 지원을 많이 했고 찰리도 거길 가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나는 프랑스어 반은 생각에서 제외시켰다. 이미 영어 말고도 한국어를 하나 더 하고 있었기에 찰리가 정말로 가고자 하지 않는다면 나는 찰리에게 제3의 외국어를 새로이 배우며 그것으로 고등학교 수업을 3년 동안 받게 하는 그런 스트레스는 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배운 프랑스어 수업이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찰리는 바이올린과 색소폰으로 시험을 치러 음악 특별반에 쉽게 합격하여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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