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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joo Aug 01. 2019

나는 지금 이순간 무슨 생각에 빠져있나?

명상, 생각을 알아차린다는 것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디밴드 델리스파이스가 부른 <챠우챠우>의 한 소절이다. 늘 잡생각으로 가득한 내 상태를 표현해주는 것만 같다. 


우리는 누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 ‘아이고,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네.’ 하고 핀잔하곤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쉐드 햄스테터 Shad Helmstetter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한 시간에 2천500여 개, 하루 5~6만 개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머릿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가지고 산다니! 생각에 무게가 있었다면 전 세계 사람들은 몸이 아닌, 생각 다이어트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85퍼센트 이상이 부정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년 초, 두 달 동안 두 가지 일을 이루고자 계획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나아갈 곳을 잃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정적인 길을 헤매며 시도 때도 없이 이렇게 외쳐댔다. 


‘너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됐네.’ 

‘다시 시작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할지, 아무런 아이디어 

도 떠오르지 않잖아?’

‘오~ 퍼펙트! 심지어 보험금조차 못 타게 됐어. 돈 나갈 

곳만 있고 들어올 곳은 없어. 올 한 해는 이런 식으로 쭉 가겠군.’


크고 작은 계획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가면서 마음속 목소리에게 사정없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3년 전 봄,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간 세 곳의 점집에서 모두 올해까지는 운수가 좋다고 했는데, 점쟁이들이 짜고 말을 맞추지도 않았을 텐데, 이렇게 줄줄이 망해서야! 애써 키운 긍정 스피릿은 저만치 달아나버리고, 세상에게 버림받은 기분까지 들었다.  


반격할 기운도 없이 나나 자신의 마음속 예리한 칼날에 난타당하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창하고 따뜻한 봄날 햇볕이 바깥에 내리쬐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날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6주차 명상을 할 때였다. 그 전 주에 이번 시간에는 영화를 볼 테니 관람료를 준비해 오라고 농담조로 공지했기에 내심 기대를 했다. 

몸 명상이 끝나고 우리는 스크린 쪽으로 방석을 들고 와서 앉았다. 


한 사무라이 얼굴에 파리가 웽웽거리며 다가와 앉는다. 몹시 신경이 쓰인 사무라이는 날카로운 칼로 파리를 베어 두 동강 낸다. 그러자 하나였던 파리가 두 마리로 갈라져 날아다닌다. 사무라이는 다시 두 마리의 파리를 칼로 베어버린다. 그러자 두 마리는 이제 네 마리가 되어 날아다닌다. 
사무라이는 계속 칼로 파리들을 베어버리고 파리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져서 사방에 날아다닌다. 

이윽고 사무라이는 파리 잡기를 멈추고 앉아 두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한다. 화면이 바뀌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비춘다. 바람이 불어와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꽃잎 하나가 명상하고 있던 사무라이의 손등에 떨어진다. 
사무라이가 감았던 눈을 뜨며 꼭 쥐고 있던 손을 펴자 그 안에 갇혔던 파리가 날아가버린다. 


10분은 되었을까? 영화를 본다고 잔뜩 기대했던 우리는 짧게 끝난 동영상 시청에 당황하며 제자리로 가 앉았다. 이 영상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그 생각에 빠지기 시작하면 생각은 또 하나의 생각을 가져온다.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일으키고, 그것에 몰두할수록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일어난다. 억지로 없애려 하면 생각은 더 많아진다. 


첫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저 내버려두면 어떨까? 그러면 생각은 거기서 멈춘다. 더 불어나지 않고, 알아차리는 순간 멈춘다. 손 안에 갇힌 파리가 손을 펴자 날아가듯, 생각을 가만히 바라보면 금세 스스로 사라진다. 이것이 마음챙김 명상이다. 



히들 ‘명상’이라고 하면 ‘생각 버리기’ ‘생각 비우기’라고 생각한다. 머릿속 ‘잡념’을 없애고 텅 비우는 것이 명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서 혼자서 내맘대로 명상하던 시절에는 생각을 버리려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버려야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명상을 끝내고 나면 오히려 더 기진맥진, 실패감만 남았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을 버리냐고?! 


맞다. 생각을 버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간신히 버리면 몇 분 뒤에 또 다시 새로운 생각이 올라온다. 

마치 시지프스가 무거운 바위를 낑낑대며 높은 산기슭 정상에 겨우 올려놓았다 싶으면 바위가 저절로 굴러 내려와 다시 올리기를 무한 반복하듯, 생각 역시 버렸다 싶으면 다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하는 말을 들으면 곧장 코끼리 생각이 떠오르듯이, 하지 않으려 애쓸수록 더 하게 되는 게 생각이다. 몇 번 좌절을 겪자, 나는 ‘명상이란 굉장히 어려운 것이구나’ 하고 결론을 내버렸다.


상은 생각을 버리는 게 아니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은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라 아무리 애를 써도 없앨 수 없다. 대신,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저 바라보면 금방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일어났듯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다. 


생각을 알아차리면 생각과 ‘나’를 떼어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제껏 내 생각이 바로 나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는데 사실이 아님을 깨닫는다. 

나에게서 생각을 분리하면 그것은 하나의 대상이 된다. 그것을 조용히 응시할 때 생각은 힘을 잃고 날아가버린다. 

나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내 안의 목소리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이윽고,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송혜주 저 

 - '생각을 알아차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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