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시도하는 리더를 위한 어느 팀원의 회고
함께 일하던 팀장님 중 유독 팀 운영에 잦은 변화를 주는 분이 계셨다. 그분은 몇 년째 이어져온 목표 수립 방법을 새롭게 변경해보자고 파격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갑자기 팀장과 팀원은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1:1 면담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했다. 또 팀원들끼리 교류가 부족하다며, 짝꿍을 바꿔 매주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너무 잦은 변화에 가끔은 ‘갑자기 왜 이러시나?’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팀장님! 교육 다녀오셨다고
바로 파일럿 테스트하시면 안 돼요 ㅋㅋ
팀장님과 오래 호흡을 맞춘 분들이 농담 삼아 던지는 말을 듣고 아하 싶었다. 그렇다. 우리 팀장님은 늘 교육에서 배워온 새로운 방법을 팀에 도입하는 ‘적극적인 실행론자’였다.
성과/목표 관리 교육에 다녀오시더니 새로운 직급별 KPI 설정 방법을 도입하셨고, 코칭 교육에 다녀오시더니 팀원들과 정기적인 면담의 시간을 만들었다. 업무 관련 세미나에 다녀오시면 팀원들의 업무에 이를 적용하길 바라고, 거침없이 실행을 요구하셨다. 팀장님은 마치 개선과 변화를 위한 불도저같았다.
교육학에서는 이를 ‘교육의 전이'라고 한다. 현장의 성과창출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한 성과 목표 중 하나인 기업교육 분야에서는 교육의 전이도를 높이기 위해 액션러닝(Action Learning), PBL(Problem Based Learning)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활용한다. 교육 종료 후에는 실제로 해당 교육이 현업에 효과적으로 적용됐는지,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교육 전이 효과성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기업교육 담당자들에게 이 팀장님의 행동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교육 내용을 현업에 적용하려는 행동이 나타날수록 교육 효과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해하는 것을 넘어 행동 변화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허나 이런 행동이 항상 옳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다. 한 번의 교육으로 교육에서 전달한 지식과 스킬을 교육 참가자분이 100% 체화해 행동에 옮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행착오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경력직으로 입사해 팀장님과 함께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자신과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갈증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고자 적용하는 노력에서 팀장님께 좋은 점수를 주었다. 또 티 나게 그렇게 시도하시는 모습이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 행동으로 옮기는 건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어쨌든 변화하려고 시도조차 안 하는 팀장님들도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그분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팀 운영방식의 변화를 내심 응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몇몇 팀원들은 도입한 것들이 오래가지 않고 없어지고, 새로운 시도로 끝난다며 우리 팀이 팀장님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는 아니지 않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분들의 말처럼 팀장님이 새롭게 시도한 변화들은 100% 정착되지 못했다. 때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팀원들 덕분에 불쑥 없어지기도 하고, 때론 조금씩 수정되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도 했다.
어느 순간 팀장님이 불쑥 안 하던 행동을 하시거나, 새로운 업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러 번의 실패와 부정적인 피드백들로 인해 변화가 어려움을 느끼고 또 주저하셨던 것 같다.
팀장님의 용기 있는(?) 리더십 개발 여정이 작은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또 이런 변화를 시도함으로 인해 나 또한 느낀 바가 많았다. 우리 팀장님이 진짜 성공을 이어가셨다면 어땠을까? 팀과 팀장님 모두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을 텐데 조금 아쉽다. 좀 더 쉽게 변화를 수용하고 함께하는 조직이 되기 위한 팀장님의 리더십 파일럿 테스트의 테스터였던 내가 회고해보려 한다.
팀장님의 변화는 때론 거창하고 너무 컸다. 팀원들은 새로운 방법이 좋고, 나쁨을 떠나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 익숙하고, 잘해오고 있었기에 부담감 또는 불쾌감을 느끼는 것들도 있었다. 여태껏 하던 방식을 모조리 바꾸자거나, 새로운 툴을 도입해 이것을 업무에 무조건 활용해보자는 말들은 실무에서 여러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팀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보통 두려움과 저항감을 동반한다. 팀장님의 리더십 파일럿 테스트는 팀에서 공통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작은 부분부터 개선을 시작했어야한다. 이런 문제 해결 관점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에 시작 자체가 쉽다.
최근 주목받는 애자일과 디자인씽킹 모두 업무 개선과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발굴, 시도, 피드백 과정의 프로세스가 빠르게 돌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두 혁신 방법론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는 것은 새로운 방법이나 도구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팀원들과 함께 새롭게 도입한 방식과 툴에 대한 결과를 리뷰하고, 실시간으로 팀에 적합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것이 좋다. 연간 목표 수립 기준을 직급별로 새롭게 세우고, 시행하게 하는 것은 피드백 주기가 너무 길기에 적합하지 않다. 목표 수립 기준이 적합한지, 업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피드백받을 수 있는 시기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다. 이런 변화보다는 팀의 회의방식을 변경하는 등 시행 주기가 빠르고, 또 실행을 통한 피드백 기간이 짧은 시도들이 필요하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은 안된다고 명시한 것 외에는 전부 허용하는 방식이다. 포지티브 규제가 된다고 명시한 것 외에는 모두 불허하는 것이니 네거티브 규제가 훨씬 더 많은 행동을 유도하고, 자발성을 부여한다. 그 안에서 정해진 경로가 아닌 새로운 경로와 방법들이 시도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이야기다.
'실리콘밸리에는 유턴표시가 없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20년을 넘게 운전하다 실리콘밸리에 가니 유턴 표시가 없어 처음에 애를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한참을 가니 유턴 제한 표시를 발견했고, 다른 차들은 어디에서건 유턴을 하고 있어 그제야 실리콘밸리의 도로 규칙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안된다고 표시한 곳 외에는 어디서든 유턴을 할 수 있으니 실리콘밸리의 운전자들은 어느 길목에서 유턴할지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제도에 대한 답답함은 덜 느낀다.
팀 운영 방식도 마찬가지다. 변화가 불가피함을 공감을 통해 확실히 인식시키되, 방법은 여러 가지를 열어두고 생각해야 한다. 팀장님이 교육에서 들은 방법론은 정답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적용할 방법은 함께 논의를 통해 수정되고, 심지어 그것이 글로벌 유수의 기업에서 성공한 팀 운영 방식일지라도 우리 팀엔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우리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자율성을 팀 모두가 느껴야 한다.
현장 변화를 위해 교육에서 배운 내용들을 새롭게 시도하는 모든 팀장님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에서 배운 것들이 무조건 현장에서 잘 활용될 수 있다는 교육 만능론자가 되는 것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교육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현장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하고, 그 해결을 위한 하나의 아이템을 발견했다는 화두를 던져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리더십 개발은 혼자서 불도저처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팀원분들과 함께 시도하고, 수정해나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