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희망퇴직

by 연쇄상담마

퇴직을 핑계로, 미뤄둔 약속들이 길게 늘어섰다.

주변의 반응은 복사 붙여넣기를 하듯 닮아 있었다.

목차처럼 이어지는 질문 공세 속,

쉼표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끄덕이고, 쉬고, 또 끄덕였다.


호상을 치르는 장례식장 같았다.

추억을 모으고, 푸념을 내뱉고,

쓴웃음이 위로처럼 오갔다.

육개장 한 숟가락, 술 한 잔이면 충분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여느 퇴직자처럼

틀에 박힌 대화 몇 마디를 나눴다.

나도, 그들도, 할 말은 없었다.

결국 다시 일상적인 얘기가 자리를 채웠다.


퇴직이란 게 그랬다.

막연한 희망도,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저주도

한 잔 속에 담겨 쓰지도 달지도 않았다.


그렇게 취하지도 않는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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