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물리적 공간의 부재는
심리적 방황의 존재를 드러낸다.
카페가 즐비하다.
품위의 별다방, 실속의 저가형, 낯선 로컬카페.
콘센트를 찾아 나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A-14번 손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A-14번의 나는
매출표 숫자로 분류되어
한 잔 커피 뒤에 숨어 잠시 안도한다.
비슷한 처지의 중년들,
랩탑을 두드리는 청년,
엄마들의 교육 이야기,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
점심시간을 쪼개 만난 소개팅 남녀.
정치인은 욕을 먹고, 경제는 위기라며
한숨이 터져 땅이 꺼진다.
모든 세상사가 모여드는
작은 광장, 인간시장의 소음을 귓속에 담으며
나의 임시 사무실은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낸다.
그러다 새삼 사무실이 그립다.
아무것도 아닌 책상과 의자, 내 자리는
소유가 아니라 허락이었다.
바닥부터 쌓아 본 적 없이
조직도 윗칸만 바라보며
맑은 하늘은 놓치고 살았다.
오랫동안 굽어진 거북목으로
이제야 바닥을 내려다보며
굳은살 박힌 두 발로 걸음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