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퇴직 때문은 아닌 듯, 자연스레 인사를 건넨다.
같은 인사도 어색해지고
같은 안부도 형식처럼 느껴지는 지점에서
대화는 맴돈다.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새싹처럼
내 마음도 비집고 올라와 고개를 든다.
아직은 괜찮다고 애써 웃어버리는 순간,
환히 드러난 이빨을 감추려다
말라버린 입술이 달라붙어 그대로 웃는 척해버린다.
“내가 도울 건 없어?”
가까울수록 어려워지고
진심일수록 떨려온다.
기울어진 관계에 평등은 존재할 수 있을까.
모든 건 팔자와 운이라며 사주 어플을 부지런히 돌려본다.
새로운 출발, 사업하기 좋은 해라는 디지털 부적의 위로가 나약해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결국, 오늘도 손끝은 핸드폰 연락처 위를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