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말이 없었다
어느덧 4학년이다.
졸업을 위해 남은 필수 과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재무관리라니. 수업 이름부터 숨이 막혔다.
마른걸레를 짜낸 듯 메마른 단어, 발음조차 무미건조하다. 재. 무. 관. 리.
외계인이나 읽을 법한 말 같았다.
보이저호에는 재무관리 교과서 한 권쯤 실려 있지 않았을까.
만약 외계인을 만난다면, 우리 언어를 설명해 줄 가장 확실한 책일 테니까.
첫 수업 시간, 가장 구석자리를 차지했다.
교수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대차대조표 감옥 속에 갇힐 게 확실했다.
‘꺄르르ㅡ’
다시 들려온다. 기억의 폴더는 곧바로 실행되어 주인공을 찾아낸다.
“어? 오빠도 이 수업 들어요?”
“어… 필수 과목이라 더는 미룰 수가 없네.”
“와, 잘됐다. 오빠한테 궁금한 거 물어봐야지.”
“난 재무 소리만 들어도 현기증 날 것 같아.”
“에이, 그래도 선배니까 나보단 잘 알겠죠.”
드라마에는 극적 장치가 필요하다.
일상도 다르지 않다.
눈에 띄지 않을 뿐,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다.
하필 재무관리 수업이라니.
우울한 수업과 웃음 가득한 후배.
묘한 구도 속 강의실엔 지하실의 습기만 가득했다.
그 학기, 재무관리는 가장 듣기 싫은 수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시간표 속 재무관리를 자꾸만 찾고 있었다.
일상의 작은 반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