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넌 말이 없었다

by 연쇄상담마

“3번마, 5번마, 그리고 2번마 다시 추월합니다.”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 중계화면 속 말들은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곳의 질서유지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

”새치기하지 말아 주세요.“

수많은 사람과 돈이 모인 곳의 무질서는 당연했다.

시비와 싸움은 빈번했고 공간 곳곳으로 긴장이 번져 있었다.


질서유지 업무를 마친 아르바이트생들은

무질서한 걸음으로 삼삼오오 영등포 골목 선술집으로 사라졌다.

야채뿐인 소시지야채볶음과 정체성 잃은 맹탕찌개를 뒤적거리며,

허기진 20대 청년은 단백질을 찾아 헤맸다.


연애와 진로,

결론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같은 숟가락질, 고민만 반복하는

답 없는 낭만의 20대 술자리였다.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후배 OOO.

다시 한번 이름을 확인했다.


“오빠, 재무관리 숙제 3번 답 아세요?”

(숙제가 있었어? 알았다한들 답은 몰랐겠지만)


첫 연락이었다.

‘어떻게 답장하지?’

진짜 숙제란 이런 거구나.

곧바로 전화 버튼을 눌러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 나 아직 숙제 안 봤어. 그거 본다고 알겠니.”

멋쩍게 웃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밥이나 먹자.“

숙제가 궁금해서 연락한 건 아닐 거라는 완벽한 오해는

넘치는 용기와 무모한 추진력을 선사했다.


시시콜콜한 남들의 연애사에 지쳐가던 순간,

내 무대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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