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습니다
여자친구 집은 대전이었다.
문득 여자친구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 그 단어의 무게를 짐작이라도 했다면
섣불리 던질 화두는 아니었다.
“말씀드려봐. 남자친구가 뵙고 싶어한다고.”
“응? 괜찮겠어?”
가진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게, 잃을 게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막연한 자신감 하나 정도는 손금 안에 박혀 있었다.
“내가 부모님이라면 걱정되실 거 같은데.”
“응? 뭐가?”
“아니, 딸이 서울에 혼자 있는데 어떤 놈 만나고 다니는지 걱정하실 거 아냐.”
“하하, 뭐야.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하셔.”
그냥 나란 놈.
‘제가 만나고 있습니다.’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런데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몇 가지 장면들은 드라마의 한 컷처럼 흘러갔다.
“안녕하세요! OO이 남자친구입니다!”
우렁찬 인사와 함께
이마가 무릎에 닿을 듯 숙여진 몸으로 들어섰다.
딸의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비장한 표정의 아버님과,
온화한 미소 속 긴장된 눈빛의 어머님.
어색한 상황 아래, 두 분의 표정은 같은 듯 달랐다.
긴장으로 허기진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어느새 식탁은 어머님의 요리로 가득 차가고,
일상의 식사와 대화가 오가던 식탁 위에선
“어머니, 너무 맛있습니다. 한 그릇 더 주세요!”라는 색다른 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넉살 좋은 청년은 이제 막 가다듬어진 듯한
어색한 사회생활 연기를 이어갔다.
“자네 술 좀 하나?”
“네! 아버님, 잘 마실 수 있습니다.”
복분자 섞인 소주였다.
복분자의 달콤함과 소주의 씁쓸함은
서로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섞여 넘어갔다.
물처럼 들어가는 복분자주가 채워질수록,
머리와 척추, 그 사이 어디쯤 자리 잡은 정신줄을 잡기 위해 애썼다.
술이 술을 마시고, 그 장면도 여지없이 뻔하게 흘러갔다.
정신을 잃고 휘청거리며 부지런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세수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졌지만,
얼마 안 가 나는 여지없이 손님방 침대에 던져졌다.
그렇게 첫인사를 드렸다.
내 삶의 결혼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