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결국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습니다

by 연쇄상담마

복분자 소주에 쓰러진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거실 TV에선 아침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 그래. 잘 잤나?”

“네! 너무 편하게 잘 잤습니다.”


비장했던 아버님과 긴장했던 어머님은

다음 날 아침에서야 편안한 얼굴로 뉴스를 보고 계셨다.


어젯밤 상다리가 휘어졌던 식탁 위엔

쓰린 속을 달랠 북엇국이 올라와 있었다.

뜨거운 국물을 들이붓자, 곧 내 속은 시원해졌다.


다시 한번,

이마가 무릎에 닿을 듯 인사를 드렸다.


“아버님, 어머님! 너무 잘 먹고 잘 쉬다 갑니다.”

“응, 그래. 조심히 가게.”


부모님의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도망치듯 집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 어제 뭐 실수한 거 있어?”

“아니, 뭐 괜찮았어~”

“그치?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으시겠지?”

“흐흐, 응.”

“아, 마지막엔 너무 취했어.”


어제의 수를 복기하며,

다음 대국에는 진짜 실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터미널이었다.

정식 터미널이 아닌 임시 터미널은

대기실 의자 몇 개와 남녀 화장실,

손바닥만 한 매점 하나가 다였다.


매점 한구석 TV를 보던 주인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를 붙잡는 듯한 시선에 불편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과자 하나, 물 하나를 계산대로 내밀었다.


“여기가 고향이에요?”

아저씨가 물었다.

“아뇨, 여자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다시 서울 가는 거예요.”


“아~ 그런데…”

“네?”

“그런데… 다시 오겠네. 여기.”


손바닥만 한 매점 주인아저씨는

우주처럼 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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