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습니다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그랬다.
이걸 재고 저걸 재고, 심사숙고했던 일들은
심사와 숙고 끝에 생각으로만 남아 사라져 갔다.
저지르고 안되면 또다시가 가능한 시간과 체력.
20대의 매력은 그런 거였다.
책임감. 그 거대한 단어의 크기를 알리 없는
철부지 청년은 아는 단어만으로 삶의 결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주문하신 맥주 나왔습니다”
아버님은 말없이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래. 그런 생각을 갖고 만나는 것도 괜찮지”
1차 서류는 통과한 기분이었다.
풀려버린 긴장감을 다시 한번 묶어보려 애썼다.
“아버님, 소주 한 병 시킬까요?
”그래, 좋지“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아버님의 소주잔에 나의 긴장감을 채웠다.
내 잔에는 무엇이 채워졌을까.
이내 두 잔은 빠르게 비워져 가고
줄다리기처럼 팽팽하던 긴장의 끈은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졌다.
어머님과 여자친구.
작은 독립영화관 두 명의 관객은 소주와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무성영화를 넋을 놓고 감상했다.
당신의 딸이 벌써 결혼을 이야기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게 새삼스러웠을까.
아니면 당돌한 청년의 패기가 좋았을까.
어느덧 아버님의 기분도 좋아져 갔다.
“그런데 아버님”
“응 뭔가?”
“아버님 어머님도 아시겠지만 제가 취직은 했지만”
잠시 끊어낸 호흡 사이로 부모님의 반응을 살폈다.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오버페이스였다.
이제 겨우 취직을 한 사회초년생은
과장은 돼야 가질 협상 권한을 남발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겠다고 말한 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나 혼자 식장 입구에 서 있었다.
”만약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면“
서둘러 문장의 앞을 꾸몄다.
”만약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면 도와주십시오“
손에 쥔 자신감 하나로 던질 말은 아니었지만 혹시 놓칠세라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래.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준비하게 되면 둘이 잘 해봐“
무엇을 어떻게 도와달라도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도 없었다.
말없이 주고받은 소주잔과 마지막 한마디엔
우리 삶 속에 흔해 빠지게 널려있는
운명이라는 게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