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남이
씨남이는 진중하고 나는 장난기 가득했다.
씨남이는 독실했고 나는 무교였다.
내가 술을 마시면 씨남이는 물을 마셨고
내가 말하면 씨남이는 듣고 있었다.
“친구야, 기회가 되면 교회에 한번 나오렴”
“됐거든”
“내가 늘 너를 위해 기도 중이야”
“….아멘입니다“
”술 한잔 하자“
”난 괜찮으니까 너 마셔“
”야, 술도 한잔하고 그래야지, 답답하네 거“
”허허, 난 물 마실게“
씨남이는 틈만 나면 나를 위해 기도했고
나는 틈만 나면 씨남이에게 술을 권했다.
교집합 없는 두 사람.
두 개의 원은 서로를 밀어내다가도
이내 다시 돌아와 맞닿고, 튕겨져 나가기를 반복했다.
오래된 친구란 대체로 그렇다.
함께 먹고 웃고, 그러다 헤어지고,
며칠, 몇 달이 지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익숙했다.
거대한 영향도, 뛰어난 영감도 없었다.
그저 인생이라는 작은 탁구대 위에서
가벼운 일상만 주고받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나는 씨남이를 자주 만났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찾아오는, 그냥 ‘가장 평범한 씨남이’였다.
“뭐해?”
“응, 별거 없어.”
“그래, 밥이나 먹자.”
“그려.”
한 끼 먹고, 별말 없이 헤어지는 관계.
그게 우리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