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3

씨남이

by 연쇄상담마

아직까진 서로의 상상력을 벗어나지 않는

고3 모습 그대로였다.

제아무리 어른티를 내봐야

20살 청년들 옷장엔

이제 막 벗어던진 교복이 여전히 걸려 있을 게 뻔했다.

시간의 경계선만 넘어버린 어린 어른들은

술집이라는 곳에 들어섰다.


어른들의 세계가 주는 위압감을 견뎌보려

어색한 연기를 이어갔다.


“여기 메뉴판 좀 주세요~”


”혹시 미성년자 아니죠?“

콧수염이라 봤자 색만 검은 부드러운 솜털이 전부였다.


”네~여기 민증이요“

”아 네, 뭘로 드릴까요?“


테이블 위엔 술이 놓였다.

균형 잡힌 초록병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장식품이었다.


“야, 어떻게 지냈어?”

“응~뭐 별다른 거 없어, 넌 어떠냐?”

“똑같지 뭐”

“학교는 어때?”

“맨날 뭘 하는데 정신이 없다”

”그래도 뭐 재밌지~“

”한잔해~!“

”너 마셔~난 괜찮아“

”목사님 아들은 못 마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자제하는 거지“

”자제면 금지는 아니지?“

”응, 조금은 마실 수 있지“


어른처럼 술잔을 기울여 보겠다고 말꼬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욱여넣듯 채워진 술잔을 놓고 과거를 펼쳤다.


”야, 그때 너 체육복 생각나냐“

”크크, 그 티셔츠 좀 오래 입었지“

“아, 선풍기 고정했던 것도 생각나네, 흐흐”

“넌 나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았냐”

“맞어, 크크크”


“근데 왜 짜증 안 낸 거야?”

“뭐 딱히 짜증 안 나고, 나도 재밌었어 흐흐”

“너 고2 때는 성질 장난 아니었다며”

“응, 그때는 좀 욱한 적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도 않은 옛이야기에 몇 잔을 비워냈다.


“그런데 한 번은 담임 쌤이 너 얘길 하더라“

”응? 뭐라고?“

”아버님이 개척교회 목사님이고…

뭐라 뭐라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

“아, 뭐 우리 집이 여유 있진 않으니까“


덤덤하게 이어가는 씨남이의 이야기에는

짠하거나 비루하지 않은 고유의 느낌이 있었다.


“그래,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넌 가장 마음이 편한 사람 같아”

“허허허허”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반장의 농담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1등 씨남이.

우린 다시 고3 교실에 있었다.

이전 07화졸업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