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여보세요. 혹시 이함지씨 전화 맞나요?”
“예 맞는데, 누구시죠?”
처음 듣는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떨결에 대답을 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함지는 끊을 수도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야. 나야 이지함.”
함지가 지함과 대화를 나눈 것은 일 년 만이었다. 그리고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았다. 함지는 지함과의 통화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순간에 지함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야! 바쁘니까, 우선 내가 보내는 사진 좀 보고 뭐가 보이는 게 있는지 봐봐.”
지함도 함지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애써 그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마음과는 다른 행동들을 하는 일반적인 현실 남매들의 루틴 같은 것이었다.
함지는 지금 지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해를 하기도 전에 이미 지함으로부터 수십 장의 사진들이 전송되어 오기 시작했다. 처음 전송된 사진만 봐도 함지는 이게 무슨 책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함지도 자신들의 이름과 토정비결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번째 사진부터는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함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송되어 오는 사진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고, 지함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초점과 시선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함은 함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도 본인이 봤던 것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함지는 많이 지친 목소리로 지함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너도 보였지?”
“나한테 지금 뭘 한 거냐고?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런 것들이 보이냐고!”
지함은 함지가 본인에게 화를 내는 것을 들으며, 함지에게도 같은 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신이 추측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함은 순간, 지금의 이 상황이 자신들에게는 과연 좋은 일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들지 않았다.
“너 지금 네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 레벨 업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 맞아? 혹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진다거나, 그 능력이 변한 것 같은 느낌도 있어?”
“무슨 소리야! 난 지금 온 세상이 다 지옥처럼 느껴져. 가만히 있어도 세상의 모든 불행이 다 느껴지는 것 같다고.”
지함은 함지의 그 말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이상 그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자신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중요했다.
“가만히 있어 봐. 그건 아마 네가 그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 걸 거야. 지금까지 너 나름대로 봉인을 하고 살아온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자극이 너무 세서 그런 거일 수 있어. 그러니까 그보다는 지금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건지부터 말해달라고!”
“내가 능력을 안 쓴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너 화장실 갔을 때, 네가 이어폰을 꽂고 일어나니까 말해줬어.”
함지는 지함과 자신이 그동안 가족이기는 했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함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정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 같았던 엄마에게서 나왔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그래서 조금은 더 지함과 엄마가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보다 이거 뭐야!”
“토정비결 초본. 내가 좀 다른 자료도 보낼 테니까, 빨리 읽어봐.”
지함은 바로 대호가 가져온 팸플릿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서 전달했고, 함지는 바람이 부는 건물 옥상에서 지함이 보낸 자료를 읽었다. 함지는 본인이 읽고 있는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싸구려 무협지에도 나오지 않을 만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상황을 직접 겪어버린 자신과 지함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넌 느꼈잖아.”
“그래서. 뭘 어쩌라고? 내가 너랑 같이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면? 둘이 사이좋게 점집이라도 차리자고? 네가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같은 데다가?”
지함은 함지의 하는 말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함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함지도 자신이 SNS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지함은 또 한 번 자신들의 가족이 참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거야 모르는 거지, 난 그렇게 생각해. 우리의 존재가 틀어진 토정비결의 궤들을 다시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만나서 토정비결을 다시 돌려놓았을 때, 우리의 능력들은 그 토정비결 초판에 담기는 것이 아닐까? 그럼 우리가 가진 능력들도 사라질지도 모르잖아!”
함지는 지함이 말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자신의 삶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통으로 말도 안 되는 모순 덩어리였기 때문에. 자신과 지함이 상식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끝에 결국, 함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희망이었다. 지함의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자신에게 그 능력만 없어질 수 있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럴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함지는 그 깊은 바닥을 다시 한번 내려다봤다. 다시 내려다본 바닥은 처음에 봤을 때보다 더 멀고 차갑게 느껴졌다. 함지는 자신에게 다시 느껴진 공포가 새로웠다. 그리고 그 공포를 느끼며 다시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뭔가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함지는 천천히 난간에서 내려오며 지함에게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고?”
“우선 만나자. 만나야지.”
“너 어딘데?”
그 순간 대호가 갑자기 지함의 전화기를 뺐었다. 대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지함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대호는 그런 지함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을 이어갔다.
“저 지함이 친구 대호라고 합니다. 길게 말 안 할게요. 혹시 지함이랑 둘이 같이 알고 있는 장소가 있나요? 힌트만으로 어딘지 알 수 있는 곳이요?”
함지는 대호의 통화에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에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의 그의 물음에 대답부터 하기로 했다.
“매년 우리 가족이 모이는 곳이요. 그렇게 말하면 알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우선 통화가 끝나면 전 이 휴대폰은 버릴 겁니다. 통화가 안될 거예요. 우리는 바로 스쿠터를 타고 그곳으로 갈 테니까. 그쪽도 택시를 타고 와주세요. 지금 바로요.”
“아. 예. 그런데 무슨 일이죠?”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누가 먼저 도착할지 모르니까, 어느 쪽이 늦던지 꼭 거기서 만나기로 해요. 알았죠? 서로 늦어도 꼭 기다리자는 뜻이에요. 알았죠?”
“예. 알겠어요.”
대호는 정신없이 함지와 전화통화를 끊은 후, 지함에게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멈추고 함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심해서 와요. 너무 걱정 말고요.}
대호는 자신의 메시지가 전송되자마자, 휴대폰을 건물 밖으로 던져 버렸다. 당황한 지함은 대호에게 물었다.
“야! 뭐야!”
“저 폰 해킹당하고 있었어, 아마 사장 새끼가 날 감시하려고 미리 복사를 떠 논 거겠지. 퇴사한 선배가 말해준 적이 있거든, 사장 새끼가 복제폰도 잘 만드는 데, 복제된 폰은 통화할 때, 플래시가 이상하게 깜빡인다고. 그 미친놈 새끼가 지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시그니쳐를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데, 그때 봤던 것처럼 네가 통화할 때, 플래시가 깜빡이더라고, 아까 전원을 켤 때부터 뭔가 찝찝한 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거였나 보다.”
지함은 대호가 눈치와 감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시 한번 놀라게 됐다. 심지어 지함이 느낄 때, 대호의 장점은 단순히 감이 좋은 것에서 끝이 아니라, 긴박한 순간에 순발력과 판단력이 정말 좋았다. 처음 그가 대호의 휴대폰 매장에 찾아갔을 때부터, 지금 자신의 폰이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처한 순간까지. 대호는 지함에게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조력자였다. 지함은 자신의 곁에 대호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지함과 대호는 옥탑 방 문은 열어보지도 않은 채, 다시 일어나 그대로 스쿠터로 향했다. 스쿠터로 가는 길에 그들은 당연히 아까 지나온 그 낮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만 했고, 아까와는 다르게 간판이 꺼져있는 그 전시관 앞에서 다시 한번 대호의 장점이 드러났다.
“야! 잠깐, 네가 말 한대로 네 동생이랑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면, 그 사진이 아니라, 초판 원본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
“네 동생을 만났는데, 사진으로 뭔가가 안 된다면 여기 다시 와야 하는 거잖아. 그럴 바에는 아예 지금 여기서 초판을 가지고 가는데 낫지 않아?”
“그렇지.”
“야. 너 여기서 잠깐 기다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너라도 가야 하니까. 내가 빨리 가서 들어가서 가지고 올게. 대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으면, 먼저 출발해.”
대호는 지함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스쿠터 열쇠를 줬다. 그리고 가방에서 대포폰을 하나 더 꺼내서 뒤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가 있는 포스트잇을 떼어줬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대문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은 여전히 잠겨 있지 않았고, 아까와는 다르게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대호는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한번 들어가 봤던 공간이어서 대호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다만, 예상과는 다르게 초판이 있던 그 방의 문은 닫혀 있었고, 닫혀있는 방문을 확인하고 나자 그때서야 모든 전시물이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도 눈에 들어왔다. 대호는 그 순간에도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했다. 초판을 가지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 대호는 그대로 뒤돌아 나가기 위해 들어왔던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문도 이미 잠겨 있었고, 대호의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함아! 출발해!”
대호는 자신이 이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 지함부터 그의 동생에게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대호의 소리를 들은 지함은 고민하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쿠터에 도착한 지함은 자리에 앉아 바로 출발하려고 했지만, 지함과 대호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다는 것을 키를 꽂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 오토바이 못 타는데..”
순간 당황한 지함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가 순간 생각한 것은 자신은 지금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상관이 없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대호에게는 스쿠터가 있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신들이 가는 목적지도 아직 말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생각이 났다. 대포폰을 통해 연락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지함의 눈에는 24시간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카페에 들어간 지함은 카운터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직원에게 향했다.
“혹시 오늘 새벽까지 근무하시나요?”
“예? 아.. 예..”
“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지금 저기 보이는 스쿠터 있잖아요. 혹시라도 이따가 제 또래 남자가 저 스쿠터 앞에서 서성거리면 이 키 좀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입니다.”
“예. 저 그게요..”
갑작스러운 지함의 부탁에 직원은 너무 당황하고 있었고, 그 순간 지함에게는 그의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이 보였다.
“김지연 씨, 지금 많이 힘들죠? 사람이 주는 고통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게 보이네요. 그런데 9월이 되면 많이 달라질 거예요. 아마 그때 일하는 있는 지역이 바뀔 텐데, 그곳에는 지연 씨를 잘 이끌어줄 사람도 기다리고 있고,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딱 9월까지만 버텨봐요.”
직원은 지함의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함은 당연히 그녀의 구체적인 사정은 몰랐지만, 그녀에게서 지금의 상황도 느껴졌고, 앞으로의 상황도 펼쳐졌다. 초판을 통해 능력이 레벨 업이 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단편적인 미래만 보이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의 상황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까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지함은 그저 느끼는 것을 말해주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지함의 말로 엄청난 위안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함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남자한테 카페 하버로 오라는 말도 전해주세요. 강이 보이는 곳이라고요.”
“예…… 알겠어요.”
지함은 그렇게 그 직원에게 스쿠터 키를 던지듯이 전하고 카페를 나섰고, 그 직원은 지함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에 엄청난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밑도 끝도 없는 한마디였지만, 지금은 그 한마디가 자신에게 숨통이 되어 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큰길로 나와 바로 택시를 탄 지함은 매년 가족이 모이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의 처지와 함지의 상태, 대호하고도 떨어지게 된 모든 상황이 모두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그 어느 것 하나 차분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심장을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는데, 그 불길한 예감은 기어코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또 어디를 가시나?]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대포폰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처음에는 당연히 대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자의 내용을 보자마자 지함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호에게 이제 막 받은 대포폰에 그런 문자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버리지 마.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 생각이니까.]
문자를 보자마자 창문으로 폰을 던져버리려고 했는데, 또다시 문자가 왔다. 마치 자신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까 니들이 했던 그 말도 안 되는 말을 다 들었어. 솔직히 나도 믿기지는 않지만, 워낙 너라는 존재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놈이라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기회를 줘보려고 해.]
문자가 올 때마다 지함의 심장은 더 크게 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문자 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네 동생을 만나서 그 틀어진 궤라는 것을 모두 다시 맞춰. 그리고 그 초판을 나한테 넘기는 거야. 그럼 나는 너에게 자유를 줄게. 니들도 결국 자유를 원하는 거 아냐? 그 소원 내가 들어준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넘겨. 그럼 모든 게 끝나.]
지함은 그 문자에서 자유라는 단어와 끝난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정말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끝날 수만 있다면, 자신과 함지는 정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그에게 초본을 넘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한 판단은 바로 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 판단을 지금 본인 혼자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함은 아주 짧은 메시지만을 남긴 채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좇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