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님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준다

너는 시작부터 효도 질이냐

by 박희종

효도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름 내가 어머니께 잘하겠다고 하는 행동들이 어머니에게는 좋지 않은 경우들도 있고, 반대로 내가 의도치 않았던 작은 행동들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항상 효도를 하고자 하는 아들이기는 했다. 원체 늦둥이에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를 많이도 고생시킨 부분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는 우리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너무 감사하기 때문에 그 보답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와 여행도 많이 다닌 편이었고, 어머니에게 이것저것 선물도 많이 사드리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아들 자랑을 여기저기 잘하고 다니시며, 누가 내 칭찬이라도 하면, 너무 기분이 좋으셔서 나에게 방그레 웃으시며 이야기하시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선물과 여행을 다닌다고 해도 내가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표정은 딱 두 번이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나의 와이프를 어머니께 보여드리던 날이었다. 결혼을 조금 늦게 한 편인 나는 스스로는 별로 조바심이 없었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30대 후반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않은 아들이 엄청 신경 쓰이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막내아들이 며느리감을 데려온다고 하니 그렇게 기쁘고 좋은 셨던 것 같다. 우리가 차로 곧 도착한다고 전화를 드렸었는데, 맘이 급한 어머니께서는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주차장에 내려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는 와이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손부터 덮석 잡으시며 너무 좋아하시고 반가워하셨다.

" 아이고 잘 왔다. 아이고 잘 왔다. "

그날 어머니는 와이프를 보며 내내 웃으셨고, 정말 마음에 꼭 드셨는지 가는 길에 쌈짓돈을 꺼내서 용돈까지 주셨다. (그 뒤로도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며느리를 보는 날이면, 꼭 용돈을 주시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하신다.) 나는 그때 정말 아들로서 큰 효도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이뻐해 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밝았던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가 태어나던 날이다. 양수가 터져 아침에 병원으로 향한 우리는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병원에 왔다 오후쯤에 나올 것 같다. 나오면 연락을 다시 드리겠다" 말씀드렸다. 그리고 병원에서 출산이 진행되다가 의사 선생님께서 곧 나올 것 같다는 말씀에 곧 나올 것 같다는 전화를 드리자 어머니는 바로 출발하셨다. 근처에 살고 있는 누나와 함께 왔는데, 아직은 운전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머니와 큰누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3시간을 걸려 병원으로 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손녀딸을 어머니는 정말 환한 얼굴로 웃으시며 눈을 떼지 못하셨다. 특히, 우리 아이는 태어났을 때 나를 너무도 닮아있었는데 아이를 보는 어머니는

"아이고 떡 너를 닮았네, 저 손가락 긴 거 봐라 너도 나자마자 보는데 손발이 길쭉길쭉해서 키가 크겠구나 했는데, 우리 아기도 딱 그러네 아이고 에쁘다. 아이고 이쁘다"

병원의 규정상 30분밖에 면회가 안되는데 그 30분 동안 어머니는 눈도 떼지 못하고 그 앞에서 서겠셨다. 그리고 다시 모시러 온 매형 차를 타고 돌아가셨는데, 그다음 날은 작은 누나가 온다고 하니 다시 또 그 3시간을 걸려서 다시 오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이가 집에 올 때까지 그 먼길을 몇 번이나 다녀가셨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귀한 아이였다. 장남에게 시집 온 어머니는 내내 장손을 낳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연달아서 두 딸을 낳고 나서 어렵게 낳은 늦둥이 막내아들이었다. 그 당시는 아이가 나오기 전에는 성별을 알려주지 않던 때라서 낳기 전까지 조마조마하시다가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외쳤다고 했다.

"나도 아들 낳았다."

그런 아들이었기에 나서부터 온갖 이쁨을 받았고, 사람들의 축하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나는 그 이후로 다행히 큰 사고 없이 큰 병 없이 잘 자란 편이었기 때문에 자라는 내내 어머니에게 나는 든든한 아들이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그 모든 건 다 날아가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효도를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와 상관없이 우리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효도는 곱하기 10을 해도 아이의 존재를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물론 이기고 싶은 의지도 없다.) 그렇게 우리 어머니는 새로 태어난 손녀를 정말 많이 이뻐하시고 좋아하신다. 심지어 우리 아이의 친가 쪽으로는 원체 오랜만에 태어나는 아이이다 보니 아이며 어른이며 할 것 없이 지금 최고의 관심사가 되어있고, 나는 매일매일 가족 단톡 방에 새로운 동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와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니가 계시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나이가 많으셔서 스마트폰을 잘 다루시지 못하셔서 겨우 전화 거는 것과 받는 기능을 쓰시는 것이 다였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배우기 시작하시더니 지금은 카톡으로 보내드린 동영상도 보시고, 우리 아이와 영상통화도 하신다. 심지어 카톡으로 보내드린 동영상을 보시는 법은 내가 그렇게 알려드려도 모르셨었는데 친구분들에게 배워서 척척하고 계신다.

아이의 탄생은 참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변화는 누구보다 우리 부모님들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 주는 것이다. 분명히 우리에게도 저런 표정을 지어주셨을 텐데 우리를 기르고 우리를 지키시느라 점점 잊혀 갔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계속 저 표정을 지어주셨지만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런 부모님들의 표정을 외면했는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정말 놀랄 만큼 밝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의 표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커다란 보물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도 나의 와이프도 그런 아이와 부모님을 뵐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 그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하지만 그 힘듦 속에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기쁨과 행복도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그래서 그렇게 수많은 선배들이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다행인 건 지금부터 우리 가정의 효도는 우리 아이가 내 몫까지 책임져 줄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효도를 하려고 하면 참 이것저것 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아지는 데 우리 아이는 한번 웃어주면 효도고, 한번 울어줘도 효도며, 잘 자면 잘 자는 데로 안 자고 놀면 또 노는 대로 삶의 순간순간이 모조리 효도인 아이다. 심지어 응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칭찬받으며 어르신들을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우리 어머니와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걱정 안 하시고 맘껏 웃으실 수 있도록, 아이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키우면서 자주 보여드리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내가 가장 행복하게 나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해 나가는 방법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정말 모든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효도를 하는 효도 영재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