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적당한 피곤함에 눈을 떴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산지 3달, 이젠 컨디션으로 시간을 맞춘다. 오늘은 눈이 번쩍 뜨인 게 9시쯤 됐을 거라고 생각하며 시계를 보는데, 시침은 오전 10시를 지나고 있다.
“나 오늘 열 시간이나 잤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공용 주방으로 나와 하품을 쩍 하곤 뜨거운 물을 올렸다. 주방에서 점심 도시락을 만들던 에비 Abby가 열 시간이 아니라 아홉 시간이라고, 그렇게 많이 잔 건 아니니 걱정 말라며 깔깔 웃었다.
3월 31일, 스웨덴의 시간이 한 걸음 움직였다. 서머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한 시간이 사라지자 숨통이 트였다. 한국과 스웨덴 사이에 8시간 시차가 있었을 땐 전화조차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집에서 나와 수업을 듣고 한창 활동할 시간이 되었을 땐 이미 모두가 잠에 들 시간이었다. 열시만 되면 잠에 드는 엄마에게 전화하려면 작정하고 마음을 먹어야 했다. 내일을, 또 그다음 날을 기약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고작 한 시간의 틈이 생겼을 뿐인데,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같은 시간을 살아갈 땐 왜 몰랐을까. 우린 정말 같은 시간을 살고 있었을까.
서머타임이 만들어 준 한 시간의 틈이 이렇게나 감사할 줄 알았더라면 조금은 덜 아끼지 않았을까, 내 애정과 표현, 그리고 있을 때 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