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뭘 먹지? 뭘 먹어야 하지?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고민도 안 하고 저녁 차릴 때다. 저녁을 차리는 것도 힘들지만 뭘 해서 뭘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 일이니까... 설거지는 더 싫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으니까 크게 고민을 하지 않는다. (아침도 아예 고민을 안 한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녁만큼 고민은 안 한다. 여차하면 그냥 시리얼 먹이거나 주먹밥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은 좋아하니까...) 점심 역시 학교에서 급식을 주기 때문에 (도시락 싸서 다니던 그때의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민할 여지가 없다. 가끔 내가 뭘 먹지?라는 고민을 하긴 하지만 그건 고민도 아니지. 종종 하교 후 간식을 찾는데 간식도 과일이나 빵 같은 거 주면 되니까 간식도 패스.
저녁이 항상 문제다. 삼시세끼 중 가장 신경 쓰게 되는 끼니로 보통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같이 먹으라는 말이 있지만 아직 성장기 아이들이기도 하고, 내가 신경 써서 차려줄 수 있는 끼니기 때문에 가장 고민을 하게 된다. 정말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름 예쁘게 차려주고 싶은데 잘 안된다.
우선 난 주부지만 그릇 욕심이 없다. 보통 살림 욕심이 없던 사람도 결혼하면 생긴다던데 난 전혀... 사진 속 보이는 꽃무늬 그릇들도 다 결혼할 때 샀던 그릇으로 15년이 되어가는데도 잘 쓰고 있다. 바꾸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새로운 그릇들은 깨져서 어쩔 수 없이 하나둘씩 산거... 오죽 욕심이 없으면 다이소에서 구매를 했을까.(근데 아무래도 바꿔야 할 듯. 다이소 그릇 무슨 유해물질 나왔다던데...)
미리 생각해 둔 저녁메뉴가 없으면 아이들한테 물어본다.
"저녁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무거나."
혹은
떡볶이, 스파게티, 치킨 등등
메뉴를 말하는 건 대부분 작은 딸이고, 큰 딸은 아무거나 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근데 웃긴 건 큰 딸은 아무거나 잘 먹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딸이 이것저것 도전도 많이 해보고 잘 먹는 편이고, 큰 딸은 편식이 심하다. 그래서 가장 만만하게 자주 하는 건 삼겹살을 굽는 것. 요즘 돼지고기 값이 비싸져서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이들이 제일 잘 먹으면서 든든하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를 할 수 있으며 우선 맛이 있으니까 그게 제일로 편하더라. 예전엔 맘먹고 굽는 게 삼겹살이었다면 지금은 가장 만만하게 굽는 게 삼겹살이다. 뒷처리는 쉽지 않지만...
야채 섭취도 많이 해줘야 하는데 다행인 게 우리 아이들은 오이와 브로콜리 그리고 콩나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생오이를 따로 요리 안 하고 그냥 잘라서 반찬으로 놓기도 하고 간식으로 먹기도 하며, 브로콜리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 (큰딸은 그냥 먹는다. 뭘 찍어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돈가스도 소스 없이 먹고, 감자튀김도 케첩 없이 먹는다.) 그리고 콩나물 무침도 수시로 해두면 잘 먹고, 또 반찬 할거 없을 때 간장에 비벼서 잘 먹는다. 아이들이 이것저것 잘 먹어준다. 이렇게 쓰다 보니 진짜 잘 먹는구나 우리 딸들...
글을 쓰다 보니 저녁식사를 차리는 게 가장 힘들지만 잘 먹어주니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거 말할 때, 내가 할 수 없는 메뉴나 집에 재료가 없는 것들, 혹은 시켜서 먹자고 할 때, 나가서 먹자 할 때가 가장 좋다는 것. 하지만 비밀인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