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쳐스의 장단점
요즘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티쳐스라는 프로그램인데 공부하는 방법이라던지, 공부에 관한 고민이 있는 친구들에게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래도 초등학생과 중학생 딸이 있는 엄마이고, 몇 년 안엔 수험생의 엄마가 될 예정이다 보니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여태까지 모든 회차를 본 건 아니지만 공감이 되는 부분도, 아닌 부분들도 많이 있다.
우리 딸들은 학습에 관한 학원은 따로 다니지 않는다. 대신에 집에서 패드로 하는 학습지를 한다. 처음부터 학원을 보내지 않을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그저 맘에 들었던 학원이 없었을 뿐... 집 근처 몇몇의 학원에 가서 상담도 받아보고 레벨테스트도 해보고 알아보기도 했지만 결론은 우선은 집에서 하자였다.
우리 딸들이 워낙 하고 싶어 하는 게 많았던 것도 있어서, 학원을 보내기 시작하면 학원시간에 모든 스케줄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릴 땐 해줄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거 다 시켜주기 위해서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물론 아이들이 수업을 못 따라가거나 학업에 관심이 없고 못하는 편이었다면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공부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힘든 부분도 없어서 그런지 제법 잘하기 때문에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수학의 경우 또래 친구들은 선행학습을 2~3학년 씩 하는데 우리 딸들은 방학 때 다음 학기에 배울 반학기 예습만 한다. 주변에 학원을 다니고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분명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이 봤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학원을 보내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학원을 보내고 선행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잘하는 게 아니며, 또 선행학습을 해도 다 까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저 현재 하고 있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원을 다니면 숙제를 하다가 늦게 자게 되고, 학원 숙제를 못해서 학교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왔기 때문에 집에서는 책조차 안 본다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의 맘은 더 확고해져 갔다. 내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 중 또 다른 이유는 자기주도학습의 습관을 제대로 들여주기 위해서 기도 하다. 공부는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고, 또 내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굳건했지만 티쳐스를 보면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으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진로시간에 들었는지 고등학교를 자사고를 가고 싶어 하니 학원을 보내서 선행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사고를 무조건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이의 마음이 확고하다면 도전은 해보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이라도 해보려면 그에 걸맞은 공부를 해놔야 하지 않을까. 어디선가 자사고의 경우에는 고1 때 이미 고3과정이 다 끝나야 한다며, 또 아무래도 공부를 좀 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선행학습은 기본으로 되어있을 테니 지금이라도 해놔야 하나 싶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지금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선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과 같이 반학기 예습정도가 다였다. 나의 경우는 심리적, 환경적인 이유로 고2 때 손에서 공부를 놨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게 나의 마음이다. 그래도 혹시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물어본다.
"학원 다닐래?"
아이가 한 번씩 어려워하고 힘들어할 때면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하니까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아이도 이제는 집에서 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한다. 가끔 작은 딸아이는 친구들이랑 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같이 놀고 싶어 자기도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긴 하지만, 이 아이의 학원에 다니기 위한 목적은 공부가 아닌 노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가뿐히 무시한다.
근데 그렇게라도 학원을 보내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티쳐스 프로그램을 볼 때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선행이 다 되어 있다. 우리 딸도 잘하는 학생 측에 속해있다 생각이 들기 때문에 불안해진다. 게다가 나도 욕심도 있지만 본인도 욕심을 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 선행을 하는 것 좋다. 근데 그 선행을 위해서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게 싫다. 물론 혼자서도 하려면 선행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다. 내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혼자서 EBS 강의나 인강을 들어가며 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그리고 자꾸 사회가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도 너무 싫다. 그저 학교 공부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나를 더 화나게 한다.
얼마 전에는 티쳐스를 보면서 큰아이는 자기도 저기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딸은 스걸파도 나가고 싶다고 했었다. 즉, 학업 솔루션을 받고 싶다기보다는 관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신청을 해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접었다. 신청을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된다 하면 전국에 방영이 될 텐데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그냥 우선은 하는 데까지 해보자라고 말하며 잘 설득시켰다.
분명 티쳐스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만든 프로그램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 줘서 많은 참고가 되기도 하는데, 꼭 보고 나면 여러모로 찝찝하다. 여태까지 내가 학원을 보내지 않았던 것, 선행을 시키지 않았던 것, 그 밖에 여러 가지 들이 나의 고집이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고, 게다가 우리 큰아이 때는 고교학점제로 교육 방식도 많이 바뀌는데 그냥 이렇게 해온 데로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불안해진다.
나름 열심히 설명회도 듣고, 자사고 및 대학 입시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입시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확신이 없고 길을 잘 모르겠다. 학원을 다니게 되면 학원에서 입시 상담도 해주고, 정보도 줄텐데 너무 무모한가 라는 생각도 든다.
답은 모르지만, 분명 정답은 있다. 그 정답을 찾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오늘도 난 또 막다른 길에 갇힌 느낌이다. 그 막다른 길에서 또 길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