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쓰레기통
한때 작가가 꿈인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작가였다. 하지만 대학진학을을 전혀 내 꿈과 다른 곳으로 가게 되고 살다 보니 점점 글 쓰는 일은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이어리에 일기형식의 한두 줄 글을 쓰는 게 다였다.
한참 글을 쓸 때는 시를 위주로 썼다. 그때는 모든 것이 다 나의 글감이었고 시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시는 커녕 그저 일기 한 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래도 손에서 펜을 놓은 지가 오래되고, 책보다는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글 쓰는 것 자체의 행동이 어색한 일이 되었다.
종종 용기를 내어 소설을 한편 써볼까 하고 시도는 해보았으나, 몇 번이고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났다. 시작은 했는데 이야기 내용을 어떻게 전개를 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몰라 거기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글은 이렇게 하루하루 나의 일상, 나의 생각, 나의 감정들을 적어가는 게 최선으로 이마저도 열심히 써보려고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다.
글을 쓰고 읽다 보니 내가 왜 글을 쓰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나의 글들의 내용들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다. 내가 느끼는 것들을 풀어놓고 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어릴 적 나는, 아니 지금의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라 해도 정작 나의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가 굉장히 서운해했던 적이 있다.
처음부터 나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분명 나도 누군가를 믿고 나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가 상처를 받을 거라곤 생각을 못하고 너무 믿었던 게 문제였다. 세상에 비밀은 없듯이 이미 내 입에서 누군가에게 비밀을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비밀이 아닌 거란 걸 몰랐던 나는 그 뒤로 누군가를 잘 믿지 않았고, 내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글을 쓰면서 나의 마음을 풀어내기 시작했던 것이. 그래서 그런지 나의 글에는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들 보다는 힘든 이야기들, 나쁜 감정들, 속상한 일들이 많다. 한두 줄 쓰는 다이어리에도 즐거워서 적어놓은 내용들보다는 부정적인 마음이 담긴 글들이 적혀있다. 평소에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그런 글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꼭 내가 불행한 사람 같기도 하고, 나는 왜 행복하지 않아 보일까?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 난 굉장히 행복한데,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너무나도 예쁜 두 딸들과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내 글 속엔 불행한 한 여자만 있는 거지 싶었다. 불행보다는 무료함이 더 큰 거 같기도 하지만, 어찌 댔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나의 맘을 풀어내려고 쓰기 시작한 건데 그것이 내가 되어버린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씀으로 인해서 내가 마음의 병을 얻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 글이라도 쓰지 않았으면 엄청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글을 쓰고 그런 내용이 쓰여있는 내 글을 다시 보지 않는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그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니까...
하지만 언젠간 나의 맘을 달래는 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공감해 주며, 슬픔 힘듦 뿐 아니라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