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vs DM
큰 딸이 영어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엄마! 펜팔이 뭐야?"
라고 묻는다.
펜팔을 모르는구나...
나는 영어 펜팔을 중학교 때 처음 해봤다. 일본 여자친구였는데 어쩌다 펜팔을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영어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때는 번역기도 없었고 컴퓨터로 자동 번역을 해주는 기능도 없었기에 오로지 나의 영어실력과 영한사전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쓰곤 했다. 또 우리 땐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웠으니까 지금 우리 딸의 영어 실력과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생각이 든다. (영어 편지를 잘 못 썼다는 핑계를 하고 싶은 거다.)
그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이 기억이 난다. 앞면은 일본에서 잘 나가는 유명 가수 노래들의 플레이리스트였고,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 문화가 정식수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겐 신선한 문화였던 것 같다.) 뒷면은 영어 발음은 좋지 않지만 열심히 편지를 육성으로 녹음을 했던 테이프였다. J-POP 플레이리스트 중 다른 가수는 잘 모르겠고 그나마 아는 가수로 x-japan과 gray라는 그룹의 노래들이 몇 곡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이때 이후로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들어와서 나에게도 일본문화의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으며 그중 러브레터라는 영화를 보고는 친구들과 매일 오겡끼데스까를 외치고 다녔던 거 같다.
우리 딸은 펜팔이 뭔지 몰랐다. 방금 내가 알려줘서 아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된 거지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편지를 쓰는 시대도 아니고 스마트폰이 있어 친구와 소통도 카톡이나 문자로 하고, 쪽지조차 잘 쓰지 않으니 모르는 게 맞지.
펜팔은 모르지만 우리 딸은 DM으로 전 세계인들과 소통을 한다.
인스타그램을 초6 때 처음 만들어줬다. 솔직히 sns를 하는 걸 찬성하진 않지만 친구들도 다 한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만들어줬던 것 같다. 춤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춤추는 몇 개의 영상을 올리니 여기저기서 DM이 왔다고 한다. 그중 반은 외국인으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우리 딸 영상을 보고 친해지고 싶다며 DM을 보낸 것이다. 영어 조기교육의 덕분인가. 어느 정도 대화가 되는 게 신기했다. 우리 딸이 이 정도라고? 역시 영어는 어릴 때부터 하는 게 맞는구나 라는 나의 교육적 철학이 합리화되는 순간이면서 반대로 SNS 계정을 개설해 주며 여기저기서 오는 대화들에 대해 일일이 다 답변하지 말고 무시하라고 했던 나와의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워낙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아직 어리기에 걱정이 되어 친구가 아닌 이상 모르는 사람의 DM은 무시하라고 했었는데, 이상한 사람이 아닌 이상 DM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영어공부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허락을 하게 되었다. 다만 수시로 내가 검사를 하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맘에...
그렇게 친해진 두세 명의 외국인 친구와는 꾸준히 DM을 하는 것 같다. 한 명은 이집트 친구인데 자기보다 2살 언니라며 생긴 것도 예쁘고 너무 착하다면서 자기도 이집트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종종 그들과 대화한 얘기를 해주는데 나름 재미도 있다.
급 떠오른 학창 시절 나의 펜팔 친구.
그리고 지금 우리 딸의 DM 친구.
펜팔을 모른다니 이게 세대차이인가 싶었지만, 시대차이인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다른 나라의 친구가 생긴다는 건 참 설레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