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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Dec 11. 2023

크리스마스 선물

Santa Claus is coming?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말 인즉 아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야 할 시간도 촉박하다는 뜻이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던 아들이 드디어 어제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뿐만 아니라 편지지도 산타할아버지 눈에 들어야 한다며, 쫑(아들 애칭)은 종이접기 책을 붙들고 정성스레 산타할아버지 모양의 편지 봉투를 접었다. 산타 할아버지는 스스로 하는 어린이를 좋아한다며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편지를 준비했다.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궁금했다.      


“쫑, 어떤 선물 적었어?”

“엄마, 그건 비밀이야.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거라서 엄마는 몰라도 돼.”     

산타가 부럽다. 돈은 어른들이 쓰지만 세상 모든 아이들의 감사와 사랑을 받는 존재. 부럽다. 쫑은 보안을 유지하며 며칠 전에 만들어 놓은 트리 앞에 편지를 두었다. 편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아들이 잠든 후, 편지를 읽었다.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려면 풀로 붙여야 했을 텐데, 아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편하게 편지를 꺼내 볼 수 있도록 봉하지 않았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산타할아버지. 저는 날 수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한 비행기 주세요.”      

사진 촬영이 가능한 드론이라니...... 얼마 전에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넓은 초원을 뛰는 동물들을 어떻게 찍었는지 물어서 카메라가 있는 드론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나의 답변을 듣고 씩 웃는 아들이 영상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생각했지, 드론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예상 밖의 선물이라서 자매들 단톡방에 아들의 편지를 찍어서 올렸다. 산타 할아버지 존재의 유무를 아는 딸을 키우는 큰언니는 ‘ㅋㅋㅋㅋ’ 답장을 보내왔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둘째 조카는 ‘신비아파트 시리즈 3권’을 받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둘째 언니는 이번에는 돈이 적게 들겠다고 하며 승리의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아이의 행복과 맞바꿀 깨질 돈을 생각하며 카톡을 보고 있는데, 막냇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난 아이폰 15 임.“     


순간 드론은 사줄 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행복은 상대적이다. 동생에게 어찌할지 물으니 답이 왔다.      


”못사주지, 산타 할아버지도 휴대폰을 안써서, 전 세계 어린이한테 주지 못하는 선물이 휴대폰이라고 했어. “


조카가 수긍했을지 모르겠다. 나도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을 받고 싶어지는 하루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드론 어디서 사면 저렴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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