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신짱, 노부짱이라고 부르면 돼."
아케미 아주머니는 메밀국수도 만들어요. 20년 간 메밀국수 연구회 라는 곳을 꾸준히 나가셨더라고요. 하루는 이 국수 연구회 친구 두 분이 놀러왔어요. 1년에 두 번 소바를 같이 만들어 먹는 날이 있대요. 이날은 그중 하루였고요. 아- 제가 운이 정말 좋았네요.
그런데 아저씨를 짱이라고 부르라니요, '짱'은 아이들한테 붙이는 거 아닌가요? 라고 묻자 "에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시네요. 친구분들도 붙임성이 좋으시네요. 그렇게 원하시면 불러드리는게 인지상정. ”오케이 신짱, 노부짱~!" 덕분에 아빠뻘의 아저씨들하고 친구먹은 기분이에요.
이날 아저씨들이 만든 메밀국수는 쥬와리(十割)라고 불리는 100% 메밀국수였어요. 사실 메밀은 찰기가 별로 없어 국수로 만들기 힘든 음식이래요. 찰기를 주기 위해서는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줘야 한다네요. 가격이 저렴한 국수 중에는 아예 밀가루로 만들고는 메밀향만 섞는 경우도 있대요. 엥, 그건 메밀향 국수 아닌가…? 네 뭐, 아무튼.
그런데 햇 메밀에는 아직 찰기가 남아있어 만드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쫄깃한 면발을 만들 수도 있대요. 이날 신짱과 노부짱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메밀가루를 가져왔어요. 쥬와리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요.
처음 보는 메밀국수 만들기. 과정의 대부분은 반죽이었어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 공을 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반죽이 꽤 재밌습니다? 쉬지 않고 손을 놀리는데 리듬도 있고 춤같기도 하고,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제 표현이 너무 비루해서 죄송하지만 한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어요.
이어지는 면을 절단하고 담는 작업은 또 달라요. 무술을 하는 것처럼 절도가 있네요. 다 끝나고 나니 박수가 절로 나와요. 저뿐만 아니라 어느새 소문을 듣고 달려온 마을 사람들도 모두 같이 박수를 쳐요. 완성된걸 먹기만 했다면 너무 아쉬웠을 정도로 멋진 작업이었어요.
드디어 면을 삶고 시식을 했어요. 대체 어떤 맛일까? 생 고추냉이를 강판에 갈아 장국에 풀어 준 뒤 한 입 먹어봤어요. 외, 이게 뭔가요? '그동안 내가 먹은 것들은 대체 뭐지?' 싶은 맛이에요. 제 입이 막 놀래요. 갑자기 이런걸 들이밀면 심장 떨린다고요. 이래서 생면~ 생면~ 하는군요. 감동적인 맛에 다시 한 번 박수를 쳤어요.
“우와, 진짜 진짜 너무 맛있어요!”하고 호들갑을 떨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요. 그러자 신짱과 노부짱이 말하네요. “에이~ 소바 연구회의 선생님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멀었어.” 라고요. 세상에, 이 위에 더 맛있는게 있다고요? 그걸 먹으면 제 혀가 심장마비 걸릴지도 모르니 당분간 이 맛만 기억하기로 했어요.
이런 멋진 모임을 만들어 이웃 사람들과 함께 하는 아케미 아주머니의 이야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