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어요
하루는 아케미 아주머니의 빵 수업을 구경 갔어요. 집에서 빵을 굽고 워크숍을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빵과 요리를 가르치시더라고요. 이날 수업이 열린 곳은 농협이었어요. 한국이랑 똑같이 농협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본은 농협이 문화강좌를 여나봐요. 다양한 강좌의 선생님을 모아 장소를 빌려주고 학생들을 연결해준대요. 아케미 아주머니도 한 달에 한 번 강좌를 열고 계셨어요.
아주머니는 수업 준비를 위해 먼저 떠났어요. 저는 따자전거를 타고 뒤따라 갔고요. “실례합니다~”하고 교실로 들어서니 “누구세요?” 하고 다들 절 보시네요.
그러자 아케미 아주머니가 말해요 “아~ 한국에서 온 우리 딸이에요.”
그런데 뒤이어 나온 말들이 충격적이에요. “어머나, 설마 바깥양반이 한국 가서…?”
그리고 아주머니가 대답해요. “맞아, 남편이 사고 좀 쳤어! 오호호호”
"어머어머!"
"와하하하하!!"
어이쿠, 대체 무슨 드라마들을 보시는거에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막장 드라마가 인기인가봐요. 하지만 재밌네요. 오늘 이야기는 엄빠한테 비밀로 하기로 하고 저도 같이 웃었어요.
네,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이날의 수업,
세 시간 동안 세 가지 빵을 만들어요>
우선 잡곡빵 만들기. 빵을 반죽한 뒤 바구니에 넣은 다음 발효를 시켜요. 발효기 대신 스티로폼 상자 안에 뜨거운 물을 넣은 깡통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이용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옛날에는 이렇게 발효를 했다더라고요.
빵을 발효시키는 동안에는 머핀을 만든 뒤 오븐에 동시에 넣어 주고,
잡곡빵과 머핀을 굽는 동안 와플 기를 이용 해 와플을 구워줘요.
세 시간에 맞춰 세 가지 빵을 만드는 일정이 끝났어요. 수업 전날, 아케미 아주머니가 발효하고 빵을 굽는 사이사이의 시간을 계산해서 레시피와 순서를 고민하셨거든요. 그 계획에 맞춰 차곡차곡 하나씩 완성되는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역시, 연륜의 힘이겠죠?!
끝나고 아주머니들께 “누구랑 드실 거예요~?”라고 물으니 다들 흐뭇한 얼굴로 “우리 손주 가져다줄 거야 호호호”라고 말하시네요. 유쾌한 분들이었어요. 막장드라마의 충격은 조금 남았지만요.
"아줌마 저 그럼 집에 먼저 갈게요!"
"가서 아저씨랑 밥 잘 챙겨 먹어~"
아주머니는 오후반 수업도 있어 저만 먼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목에 눈을 마주친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네왔어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하는 동네가 있네요. 참 유쾌한 동네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