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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Jul 11. 2022

록명(鹿鳴)

사슴은 맛있는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기 위해 동료들을 불러 모은다고 한다. 이때 내는 소리 "록명"은 다른 짐승들에게는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일 것이다.


사슴은 영역에 대한 지형인지 능력과 함께 예민한 감각, 민첩한 움직임으로 사자와 같은 포식자를 피한다. 놀라게 하기 전에는 큰 움직임이 없어 행동이 안정적이며,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은 너무 한가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어쩌다 마을을 거니는 사슴과 만나 눈을 마주하면 그 눈빛이 얼마나 청량하고 순수한지 동심 가득 담은 우리네 소중한 아이들의 눈을 보는 듯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힐링이 된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자 같은 포식자와 맞닥트려도 공격하기 전에는 먼저 놀라 호들갑 대지 않고 그저 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비록 생태계의 힘없는 약자로서 살아가지만 사슴의 행동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함께 동료와 먹이를 나누려는 "록명"의 소리는 우리에게 조용한 깨달음을 준다.



사실, 살다 보면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몇 걸음 앞서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때가 많았다. 


언젠가, 세미나 행사에 연사로 서울에 간 적이 있다. 시간에 쫓기며 겨우 도착한 엘리베이터 앞에는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양쪽 엘리베이터 가운데 먼저 온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몰려 경보음이 울렸지만 서로 눈치만 본다.  조금의 정적이 흐르고 안쪽에 탑승한 사람들이 불평의 소리가 나올 즈음에 굳이 내가 내려야 할 위치는 아니었지만 한걸음 물러서기로 마음먹고 내려섰다.  조금 뒤 도착한 우측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세미나가 열리는 층에 도착해보니 먼저 출발한 엘리베이터는 중간층에서 문제가 생겨 아직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엘리베이터는 무슨 문제인지 그 뒤로도 한동안 운행이 정지되어 있었다.


숏트랙 경기를 보면 1,2위를 다투며 앞서 달리는 두 선수가 충돌해 넘어져 뒤에서 경기하던 선수가 금메달을 얻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여태껏 내가 지켜본 대통령 선거에서 초기에 먼저 다른 후보에 월등하게 앞섰던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인간사가 남보다 먼저 앞서 간다고 모두 승리자가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남보다 앞서가고 빨리 간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지 않음은 우리의 삶에 넘치도록 많건만, 오늘도 우리는 보다 빨리 가야 하고 앞서가야 한다는 경쟁의 강박관념에 삶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살지는 않은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점차 각박해지고 치열한 경쟁의 사회에서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여유와 먹이를 함께 나누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우리 생활 속에서 "록명"의 소리가 함께 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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