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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콕맘 예민정 Feb 28. 2021

두려움에 떨게 되는 생일잔치

생일은 무서운 날이었다.

처음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날. 알림장이 왔다.


10일(금)에 이번 달 생일을 맞은 친구들 생일 파티가 있을 예정입니다. 7일(화)까지 해당 아동의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주세요.

이번 달 생일 아동은 홍길동, 황진이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매달 생일잔치를 한다. 첫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1,000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대체 어디에 가야 1,000원 상당의 선물을 살 수 있을까? 어떤 선물을 어디서 골라야 하는지 몰라 한참을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엄마들과 친분이 생기고 나서야 대부분 어떤 종류의 선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칫솔, 필기구 세트,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구류, 작은 장난감, 필통 등이 흔하게 하는 선물이다. 

조금 친분이 있는 친구의 선물은 달라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난감 중에 친구가 좋아했던 것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고 여자아이들은 머리핀이나 액세서리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친밀도에 따라 선물의 금액과 종류가 차이 나게 마련이었다.


실제로 1,000원 상당의 물건을 구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눈치껏 안 사실이지만 3,000원~5,000원 정도면 서로가 부담 없이 주고받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Photo by Jess Bailey on Unsplash



선물을 고르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고르는 게 끝이 아니다. 문제는 포장. 손재주라고는 9살 정도 수준인 내가 같은 반 친구 수만큼의 선물을 포장해야 했다. 


나는 포장을 직접 해본 적이 없었다. 포장은 물건을 구입하는 곳에서 해주는 것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특별한 경우라면 유료 포장 서비스를 이용했다.(그것도 못했을 때는 친정 엄마 솜씨를 빌렸다.) 몇 천 원짜리 아이들 선물에 몇 만 원씩 하는 포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었기에 어설프지만 포장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 선물을 준비하던 날. 몇 번의 실패를 딛고 완성한 첫 선물 포장을 자랑스럽게 남편에게 보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응? 뭐가?”

“포장 말이야. 이 정도면 예쁘게 됐지?”

“……. 예뻐야 해?”

“예뻐야지.”

“음……. 그냥 포장지 싸놓은 거 같아.”


그 후로도 매달 선물 포장을 계속됐다. 한 달에 적게는 하나, 많게는 여섯 개씩 선물을 포장했다.


생일잔치는 생일 맞은 친구의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생일을 맞이하는 달은 미리 준비할 것이 또 있다.


답례 선물.


돌잔치도 아니고, 생일잔치에도 답례 선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생일잔치가 있던 날, 아이 가방에 답례 선물이 담겨있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답례 선물도 해야 되는 거였어?’

‘반 친구들이 몇 명이지? 이건 또 뭘 사서 얼마나 포장을 해야 하는 거야?’


물론 쉽게 하는 방법도 있다. 생일 답례 선물이라고 검색하면 원하는 가격 선에 맞추어 선물과 포장, 메모까지 곁들인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워킹맘이라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단지 실력이 부족해서 돈을 주고 초콜릿과 사탕 등이 든 답례 선물에 초과 비용을 들인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작은 포장지 안에 밀어 넣고 리본을 묶었다. 


처음 준비했던 답례 선물은 전하지 못했다. 준비한 간식거리는 평범한 비닐봉지에 담아 나눠먹으라며 그냥 보냈다. 답례 선물은 뒤늦게 주문 제작해서 보냈으니 돈이 이중으로 든 셈이다. 


첫째가 학교를 들어가던 해부터 선물포장이라는 과업에서 벗어났다.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생일잔치는 하지만 선물은 받지 않는다.) 꼬박 4년 하고 6개월 동안 선물 포장을 했다. 단순히 포장지를 싸는 것에 불과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제법 선물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그렇지만 둘째와 셋째도 선물 포장을 계속해야 했다면 포장된 선물을 대량을 구입해서 전달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4년 넘게 매달 포장을 하면서 ‘나는 못해.’하는 두려움은 떨쳐냈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다. 엄마가 되면 이렇게 잘 못하는 걸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하는 때가 생긴다. 모든 것을 남의 손을 빌려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내겐 포장이었지만 누군가는 바느질이 될 수도 있고, 요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아이 물건마다 써야 하는 이름일 수도 있다. 매번 도움을 받을 수는 없고 해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왜 없겠는가.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는 시간에 적당히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마음을 키우자. 그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마음이 편하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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