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콕맘 예민정 Apr 11. 2021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분명히 있어요!

Q. 저는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인생이 바뀌었다던데……. 작가님은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찾으셨어요?


A. 30년 지기 친구를 만나 서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고백을 했더니 놀라더군요. 친구가 아는 저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면서요.


사는 동안 좋아 보이거나 흥미로워 보이는 일은 대부분 접했지만 '찾았다'를 외치지 못한 이유가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저는 경험이 부족해서 좋아하는 일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김밥만 먹어본 사람이 뷔페에서도 김밥 말고 다른 음식은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같은 이유로 더 많이 시도하기만 했지 이미 가지고 있을 거란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또, 좋아하는 일을 찾는 순간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질 거란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럴듯한',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전문성을 띤', '가치가 있는' 이런 수식어가 어울리는 일을 찾느라 바빴죠. 좋아하는 일이 그럴듯해 보이기까지 하길 바랐어요.



Photo by zhenzhong liu on Unsplash


좋아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지 마세요. 남들이 어떻게 바라보는 지도 살피지 마세요.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인정해야 제대로 볼 수 있어요.


저는 세상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때 책을 읽었어요. 육아가 막막해서 도망치고 싶을 때도 책을 읽었어요. 할 일이 없어 무료할 때도 책을 읽었고, 며칠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컨디션이 엉망일 때도 책을 읽었어요. 물론 이렇게 힘들 때 읽는 책은 쉽고 가독성이 좋은 가벼운 책을 읽죠. 장르 소설이나 청소년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너무 가벼워 보일까 봐 그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 순간까지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죠.


너무 힘이 들어서 숨조차 쉬기 힘들 때 뭘 하세요? 심심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여행일 수도 있고 산책일 수도 있어요. 책과 상관없이 서점에서 노는 걸 즐길 수도 있고, 노래 부르며 정리 정돈하는 것일 수도 있죠. 거품 목욕하는 시간은 포기할 수 없나요? 예쁜 문구들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진 않으세요? 정형화된 취미 말고 ‘그냥 하는 것'에서 힌트를 찾으시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이 떠오르셨나요? '저는 하나가 아니라 많아요.'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축하합니다. 삶을 다채롭게 즐길 준비가 이미 되어 있으신 거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해주는 말이잖아요. 자신에게도 꼭 그렇게 해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받아들여보세요.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가며 푹 빠져보세요.


혹시 '노래하면서 청소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봐야 삶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바뀝니다. 매일 하는 청소도 노래를 부르기를 더하면 ‘즐거운 일을 하는 중’으로 모드가 바뀝니다. 기분이 좀 우울하니 청소나 해볼까? 하는 순간 우울에서 벗어나는 스위치를 켜는 거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원하는 바를 채우고 있다는 충만함을 가져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주어진 대로 그냥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주체적인 삶.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이잖아요? 


엄마들은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자꾸만 희생과 배려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 놓여서 자신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버리죠. ‘나를 소중히 여기겠어!’ 결심한다고 해서 갑자기 바뀌지 않잖아요? 그럴 땐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세요. 발견했다면 그 일을 하루에 한 번, 경우에 따라서 며칠에 한 번. 때로는 그냥 하고 싶은 만큼 하세요. 여기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전 14화 당당과 뻔뻔 사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